2025년 11월 12일 수요일

개발팀이 알아야 할 WBS: 프로젝트 혼돈에서 질서를 찾는 마법

"우리 프로젝트 언제 끝나요?"

PM이 묻는 이 질문에, 개발자인 당신은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나요?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대부분은 "거의 다 됐습니다"라는 애매한 대답만 반복하죠.

문제는 개발자의 능력이 아닙니다. 작업을 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두 가지 전형적인 시나리오

개발팀은 보통 두 가지 패턴 중 하나를 따릅니다.

시나리오 A: 추정 없이 시작하는 팀

월요일 아침 회의
PM: "로그인 기능 진행률이 어떻게 되나요?"
개발자: "음... 한 70%쯤?"
PM: "정확히 며칠 남았나요?"
개발자: "글쎄요... 일주일?"

(2주 후)
PM: "아직도 안 끝났어요?"
개발자: "거의 다 됐는데... 생각보다 복잡해서..."

(다시 1주 후)
PM: "..." (포기한 표정)
개발자: "..." (미안한 표정)

업계 데이터를 보면,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65%가 예정보다 지연됩니다.

시나리오 B: WBS를 적용한 팀

월요일 아침 회의
PM: "로그인 기능 진행률이 어떻게 되나요?"
개발자: "전체 12개 Task 중 7개 완료했습니다.
         UI 100% 완료, 백엔드 API 80% 진행 중,
         테스트는 금요일부터 시작 예정입니다."
PM: "예상 완료일은?"
개발자: "다음 주 수요일 오후 3시입니다. 신뢰도 90%."
PM: (놀란 표정) "오, 구체적이네요!"

연구에 따르면, WBS를 제대로 적용한 프로젝트는 일정 예측 정확도가 65%에서 90%로 향상됩니다.

WBS란 무엇인가?

WBS(Work Breakdown Structure, 작업 분해 구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관리 가능한 작은 조각으로 나누는 기법입니다.

제가 책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것』에서 강조했던 핵심 원칙이기도 하죠.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

어릴 때 들었던 수수께끼를 기억하시나요?

  1. 냉장고 문을 연다
  2. 코끼리를 작게 자른다 ← WBS의 핵심!
  3. 조각을 하나씩 넣는다
  4. 문을 닫는다

농담 같지만, 이것이 바로 WBS의 본질입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충분히 작게 나누면 가능해집니다.

왜 작게 나누면 정확해질까?

30년간 수십 개 프로젝트를 관리하며 발견한 패턴입니다.

# 인간의 추정 능력
def estimate_accuracy(task_size):
    if task_size > 40:  # 40시간 이상
        return "오차 ±150%"  # 매우 부정확
    elif task_size > 8:  # 8-40시간
        return "오차 ±50%"   # 보통
    else:  # 8시간 이하
        return "오차 ±20%"   # 정확!

# 큰 작업
"백엔드 개발" → 추정: 2주 → 실제: 5(250% 오차)

# 작은 작업들
"API 설계" → 추정: 2일 → 실제: 2일 ✓
"DB 구현" → 추정: 3일 → 실제: 4일 ✓
"인증 구현" → 추정: 2일 → 실제: 2일 ✓
"테스트" → 추정: 3일 → 실제: 3일 ✓
# 합계: 추정 10일 → 실제 11일 (10% 오차!)

WBS가 해결하는 5가지 고질병

"왜 우리 프로젝트는 항상 지연될까요?"

대부분 다음 5가지 문제 중 하나입니다.

1. "90% 완료" 증후군

증상: 3주째 "거의 다 됐어요"

이런 상황, 경험해보셨나요? "90% 완료"는 대부분 착각입니다. 의도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본인도 모르는 착각이죠.

WBS 처방:

  • 모든 작업을 8시간 이하로 분해
  • 0% 또는 100% 규칙 엄격히 적용
  • "완료"의 정의 = 테스트까지 끝난 상태

업계 연구에 따르면, 이 규칙을 적용한 팀은 프로젝트 지연율이 65%에서 15%로 감소했습니다.

2. 스코프 크립 (Scope Creep)

증상: "아, 그것도 추가해주세요"가 계속 발생

혹시 이런 말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이것만 하나 더 추가하면 되잖아요?"

그 "이것만"이 쌓이고 쌓여서 프로젝트가 산으로 갑니다. PMI(Project Management Institute) 연구에 따르면, 프로젝트 실패 원인의 52%가 스코프 크립입니다.

WBS 백신:

✅ Phase 1 (확정, 변경 불가)
- 사용자 인증
- 상품 관리
- 주문 처리

❌ Phase 2 (다음 버전에서)
- 소셜 로그인
- 추천 시스템
- 실시간 채팅

WBS로 스코프를 명확히 정의해두면, "이것만 추가"라는 말에 단호하게 "다음 Phase에서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3. 리소스 블랙홀

증상: 시니어 개발자만 죽어나는 현상

당신의 팀은 어떤가요? 실력 있는 개발자 한 명에게 모든 일이 몰리고, 나머지는 한가한 상황 아닌가요?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작업 분배의 문제입니다.

WBS 솔루션:

// Before
const tasks = {
  시니어A: ['핵심기능', '복잡한것', '중요한것', '긴급한것'], // 200시간
  주니어B: ['간단한것'], // 40시간
  주니어C: ['문서작성'], // 40시간
};

// After (WBS 적용)
const balanced_tasks = {
  시니어A: ['설계', '코드리뷰'], // 80시간
  주니어B: ['구현1', '테스트1'], // 80시간
  주니어C: ['구현2', '테스트2'], // 80시간
  페어작업: ['복잡한 부분 함께'], // 40시간
};

4. 데드라인 공포증

증상: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패닉

WBS 치료법: 매일 번다운 차트로 건강 체크

  • 정상: 계획선과 실제선이 비슷
  • 주의: 실제선이 계획보다 위
  • 위험: 격차가 벌어지는 중

5. 커뮤니케이션 단절

증상: "그거 누가 하기로 했죠?"

WBS RACI 매트릭스:

작업개발자A개발자BPMQA
API 개발RACI
UI 개발ARCI
테스트CCIR
  • R: 실행 책임
  • A: 최종 책임
  • C: 협의 필요
  • I: 정보 공유

AI 시대에도 WBS가 필요한 이유

요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AI가 코딩하는데 계획이 필요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저도 의문이었습니다. ChatGPT가 코드를 척척 만들어주는데, WBS가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Plexo를 개발하며 깨달았습니다. AI 시대에 WBS가 오히려 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AI는 명확한 지시를 따를 뿐, 프로젝트 전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 모호한 요청 → AI 실패
prompt_bad = "로그인 만들어줘"
ai_result = "기본 로그인 폼... 보안 없음... 50% 완성"
# 결과: 다시 만들어야 함

# WBS 기반 명확한 요청 → AI 성공
prompt_good = """
Task 2.1.3: JWT 기반 로그인 API 구현
- Endpoint: POST /api/auth/login
- 입력: { email: string, password: string }
- 패스워드: bcrypt 해싱 (salt rounds: 10)
- 토큰: JWT 발급 (만료 1시간, refresh token 7일)
- 보안: Rate limiting 5회/분, IP 기록
- 에러: 401 (인증 실패), 429 (Too Many Requests)
- 테스트: Jest 유닛 테스트 포함
"""
ai_result = "완벽한 보안 로그인 구현... 95% 완성!"
# 결과: 바로 사용 가능

실제로 Plexo 개발 과정에서 저는 약 99%의 코드를 AI가 작성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철저히 WBS 기반이었죠.

제가 한 일은:

  1. 프로젝트를 작은 Task로 분해 (WBS)
  2. 각 Task를 명확하게 정의
  3. AI에게 정확한 지시
  4. 결과 리뷰 및 승인

AI는 훌륭한 개발자지만,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는 인간이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을 정의하는 최고의 방법이 바로 WBS입니다.

WBS의 실제 효과 (숫자로 증명)

const before_wbs = {
  프로젝트_지연율: '65%',
  예측_오차: '±40%',
  팀_만족도: '5/10',
  야근_빈도: '주 3회',
};

const after_wbs = {
  프로젝트_지연율: '15%', // 77% 개선!
  예측_오차: '±10%', // 75% 개선!
  팀_만족도: '8/10', // 60% 상승!
  야근_빈도: '주 0.5회', // 83% 감소!
};

const roi = {
  투자: '주 2시간 WBS 관리',
  수익: '프로젝트당 2주 단축',
  투자대비수익: '1:16', // 1시간 투자로 16시간 절약
};

오늘부터 시작하는 WBS

10분 스타터 가이드

## 월요일 아침 루틴 (10분)

1. **이번 주 큰 목표 정하기** (2분)
   예: "사용자 인증 모듈 완성"

2. **작업 쪼개기** (3분)

   - 로그인 API (8h)
   - 회원가입 API (6h)
   - 패스워드 재설정 (4h)
   - JWT 미들웨어 (4h)
   - 테스트 작성 (6h)

3. **우선순위 정하기** (2분)
   1순위: 로그인 API (블로커)
   2순위: JWT 미들웨어
   3순위: 나머지

4. **팀에 공유** (3분)
   Slack/Jira에 붙여넣기

첫 번째 WBS 템플릿

프로젝트: 로그인 기능
총 시간: 40시간
기간: 1주

작업분해:
  1. 백엔드 (20h): 1.1 DB 스키마 설계 (2h)
    1.2 API 개발 (12h)
    - POST /login (4h)
    - POST /signup (4h)
    - POST /reset-password (4h)
    1.3 인증 미들웨어 (6h)

  2. 프론트엔드 (12h): 2.1 로그인 폼 (4h)
    2.2 회원가입 폼 (4h)
    2.3 상태 관리 (4h)

  3. 테스트 (8h): 3.1 단위 테스트 (4h)
    3.2 통합 테스트 (4h)

마무리: 선택의 순간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기술이다" - 스티브 잡스

"WBS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프로젝트의 GPS다"

지도 없이 등산을 하면 길을 잃습니다. GPS 없이 운전하면 목적지에 도착하기 어렵습니다. 마찬가지로 WBS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 수 없게 됩니다.

책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 것』에서도 강조했지만, 프로젝트 성공의 핵심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WBS가 바로 그 도구입니다.

오늘 당장 시작하세요

이론은 이제 충분합니다. 실천만 남았습니다.

  1. 지금 하고 있는 작업 하나를 선택하세요
  2. 5개 서브태스크로 분해하세요
  3. 각각에 시간을 추정하세요
  4. 팀과 공유하세요

단 10분이면 됩니다. 하지만 그 10분이 프로젝트의 운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한번 명확함을 경험하면, 다시는 혼돈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내일은 어제보다 더 명확한 하루가 될 겁니다.


체계적인 WBS 관리 도구가 필요하신가요? 실시간 협업, 자동 일정 계산, 리스크 조기 경고까지 제공하는 Plexo를 확인해보세요.

#WBS #프로젝트관리 #개발팀 #애자일 #소프트웨어공학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돌아오며 — 왜 Plexo를 만들었나

오랜만에 블로그로 돌아왔습니다. 예전엔 Excel WBS로 일정을 프로젝트 예측하고 지켰고, 이제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일정, 지키는 프로젝트"를 위한 웹서비스 Plexo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것"이라는 책을 썼던 전규현입니다. 책에서 일정 관리 시 Excel WBS로 정확하게 예측하고 관리하는 방법을 소개했었죠.
참고: 소프트웨어 개발의 모든것 (YES24)

지난 수십년간 실무에서 수십 개 프로젝트를 운영하면서, Excel WBS의 강점과 한계를 몸소 체감했습니다.

1년 반 만의 복귀

솔직히 말하면 지난 1년 반, 블로그는 거의 방치했습니다. 글은 거의 안 쓰고, 개발에만 몰두했어요.
주말과 짬 나는 시간마다 무언가를 만들었고, 그 결과물이 바로 Plexo라는 프로젝트 관리 도구입니다. 이번에 정식으로 공개하게 되었습니다.

Excel WBS, 좋았지만 한계가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Excel WBS의 핵심은 간단합니다.
"작업을 충분히 잘게 나눠서, 근거 있는 일정 추정을 만들고, 매일 그 오차를 줄여나간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하죠. 실제로도 잘 작동했습니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다음 제약을 피하기 어려웠어요.

  • 실시간 협업의 어려움: 버전 충돌, 메일 첨부, 공용 드라이브에서 "누가 최종본이지?" 싸움
  • 여러 프로젝트 동시 운영: A 프로젝트와 B 프로젝트의 리소스 충돌, 가시성 부족
  • 이력/통계 축적의 어려움: 일정 편차, 지연 패턴, 반복되는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기 힘듦

그래서 만든 Plexo

Plexo는 "엑셀의 편리함은 유지하고, 협업과 자동화를 더한" 프로젝트 관리 도구입니다.

  • 리소스 캘린더 기반 일정 예측: 담당자별 가용시간을 반영해 현실적인 마감일 산출
  • 지연 위험 자동 감지: 계획 대비 실행 편차를 조기에 경고
  • 실시간 동시 편집: Google Docs처럼 WBS를 팀이 함께 편집
  • 포트폴리오 관리: 여러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과 리소스를 한눈에
  • 가격: FREE 플랜(3 프로젝트/3 사용자/300 작업), Professional $29/월(14일 무료 체험)

어떻게 만들었나 — AI가 코드를 쓰고, 나는 리뷰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AI-first 개발 프로세스"로 진행했습니다.

사양서(스펙)도 약 99%를 AI가 작성했어요. 나는 방향만 제시하고 리뷰하고 승인했습니다.
구현은 프롬프트 기반 반복 루프로 빠르게 진행했죠. (요구 사항 제시 → 스펙 작성 -> 코드 생성 → 테스트 → 리뷰 → 수정)

앞으로 연재할 글들

이 글을 시작으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프로젝트 관리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이미 6개 글을 준비해뒀으니, 다음 글들을 기대해주세요.

  1. 개발팀이 알아야 할 WBS: 프로젝트 혼돈에서 질서를 찾는 마법
  2. 5단계로 완성하는 개발 프로젝트 WBS 실전 가이드
  3. Excel WBS의 종말: 현대적 협업 도구로 갈아타기
  4. AI + 스펙 + WBS = 프로젝트 성공의 황금 조합
  5. WBS 작성할 때 90%가 하는 실수 5가지
  6. 프로젝트가 망하는 5가지 신호와 WBS로 막는 법

한번 써보세요

피드백과 질문은 언제든 환영합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2024년 6월 9일 일요일

신제품보다 업그레이드 제품 번역이 더 어려운 이유 (27)

소프트웨어 국제화가 가장 쉬운 것은 신제품이다.

국제화의 여러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번역은 특히 신제품 개발 시 쉽게 접근하지만, 유지보수 때 쓴맛을 본다.

번역 아키텍처와 프로세스는 신제품이던지, 업그레이드 제품이던지 항상 쉽고, 빠르고,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시 흔히 벌어지는 사례를 보자.

메시지가 1,000개쯤 되는 소프트웨어를 신규로 개발하고 있다. 번역해야 하는 언어는 10개이다.

개발자는 번역이 필요한 메시지를 소스코드에 적으면서, 별도의 번역 파일에 메시지를 적어 줘야 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하고 있다. 

개발을 완료하고 1,000개의 메시지를 10개의 언어로 번역을 하여 개발이 완료되었다. 쫑파티도 했다.


이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 할 차례다.

메시지를 300개쯤 추가하게 되었다. 이것은 번역 파일에 300개를 추가하면 된다.

이 때 개발자는 새로 추가할 메시지가 기존의 번역 파일에 있는지 검색을 해야 한다. 원래 있던 메시지가 아니라도 오늘 아침에 다른 개발자가 추가했을 수도 있다.

만약에 내가 메시지를 삭제하게 되었다. 그러면 번역 파일에서 그냥 삭제를 하면 되는가? 그 메시지는 나만 쓰는 것이 아니고 다른 개발자가 다른 소스코드에서 쓰고 있다면?

그럼 소스코드 전체를 뒤져서 해당 메시지가 다른 곳에서 쓰이고 있는지 찾아봐야 하는가? 

이것도 완벽하지 않다.

때마침 다른 개발자가 해당 메시지가 번역파일에 있는 것을 알고 그 메시지를 이용해서 개발하고 있고, 아직 소스코드를 등록하지 않았다면?

이처럼 메시지를 새로 추가할 때, 삭제할 때 모두 문제가 된다.


이제 필요 없는 메시지라고 삭제를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메시지를 삭제했는데, 다음 버전에서 해당 메시지가 다시 쓰일 수도 있다. 그래서 메시지를 다시 추가하면 옛날에 번역했던 메시지를 다시 번역해야 한다. 비용과 시간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문제가 전혀 없는 방식의 번역 아키텍처와 프로세를 사용해야 한다. 전 과정은 자동화 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들은 추후에 자세히 다루겠다.

2024년 5월 11일 토요일

소프트웨어 번역 전략 (26)

소프트웨어 국제화에서 가장 중요하며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번역이다.

번역도 전략이 필요하다. 소프트웨어 번역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영어 버전을 먼저


우리는 흔히 한국어 버전의 소프트웨어를 먼저 만들어 놓고, 나중에 영어 버전을 만들곤 한다.

이렇게 되면 메시지의 key가 한국어가 된다.

영어와 한국어 2개의 언어만 지원을 할 때는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여기에 프랑스어 하나를 추가하면 문제가 된다.

번역가에게 한국어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도록 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번역한 영어를 주고 프랑스어로 번역하게 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항상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한 후에 다른 언어로 번역을 해야 하는 2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영어 번역을 수정하면 다른 모든 언어의 번역을 다시 수정해야 한다.

그래서 전세계 거의 모든 번역가 표준의 삼는 영어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의 첫번째 버전은 영어를 기준으로 만들어야 하며, 한국어버전만 필요한 경우에도 미래에 국제화가 필요하다면 영어, 한국어를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만약에 영어를 잘 못하는 개발자라면 영어 메시지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요즘은 Google번역기와 같은 자동 번역기의 품질이 상당히 좋아서 한국어를 바로 영어로 번역할 수 있다. 검토 후에 문제가 없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영어 검수는 추후 일괄적으로 한번 하면 되기 때문에 개발자들이 메시지 입력 시 자동번역기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번역 프로세스


주변에서 흔히 벌어지는 소프트웨어 번역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 1년에 걸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완료한다.
  • 2개월에 걸쳐서 소프트웨어를 번역한다.
  • 1개월에 걸쳐서 테스트를 한다. 번역이 잘못된 것을 발견한다.
  • 번역을 수정하고, 다시 테스트를 하고 출시한다.

이렇게 하면 계획된 일정에 소프트웨어를 출시하기 어렵다.

번역을 마지막에 한꺼번에 하게 되면 화면 배치가 많이 깨져서 대대적인 수정을 해야 한다. 똑같은 문장이라도 한국어는 대체로 짧다. 한국어를 영어, 특히 독일어로 번역을 하면 2배 또는 3배까지 길어진다. 그래서 번역을 고려하여 UI 배치를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70% 정도 개발이 되었을 때 먼저 1차로 번역을 하고, 90% 정도 개발이 되었을 때 2차 번역을 한다. 마지막으로 구현이 완료 되었을 때 최종 번역을 한다.

이렇게 70%, 90%, 100% 단계별로 번역을 하면, 소프트웨어 구현과 거의 동시에 번역도 완료가 되어 있어서 번역 때문에 소프트웨어 출시가 늦어지는 일은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을 세울 때 번역 일정도 같이 수립하고 번역 업체도 미리 섭외하여 일정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번역 방법


번역을 하는 방법은 몇가지가 있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 비교하여 선택하자.


전문 번역자(회사) 이용

전문 번역회사를 이용하거나 번역자를 채용할 수도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 상 번역은 항상 벌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큰 회사가 아니면 번역가를 보유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언어별로 모든 번역가를 채용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는 전문 번역 회사를 이용하거나 병행한다.

번역 회사를 고를 때는 해당 언어에 대해서 능숙한 것 외에도 해당 분야에 경험이 많은 회사를 고르는 것이 좋다. 금융, 의료 등 전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는 아무나 번역을 할 수는 없다. 전문 번역가의 경우 비용이 더 들어가지만 그만큼 번역 품질이 높다.


소셜 번역

전문 번역가는 아니지만 Flitto와 같은 앱을 통해서 전세계 일반인들에게 작은 비용을 주고 번역을 시키는 방법이 있다. 
대규모 번역을 시키는 것은 어렵지만, 작은 소프트웨어에서 작은 번역을 싸게 맡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동 번역기

AI의 발달과 함께 자동 번역기는 엄청나게 발전했다.
구글 번역기, DeepL 등은 번역 품질이 매우 좋다. 
POEDIT의 유료 버전은 자동 번역을 매우 빠르게 한다.
무료이거나 저렴한 것이 장점이지만, 품질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정확한 번역

동일한 단어라도 상황에 따라서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매우 흔하다.
Ruler라는 단어만 하더라도 '자'가 될 수도 있고, '지배자'가 될 수도 있다.
Ruler를 그냥 번역해달라고 요청을 하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번역될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는 '번역 가이드'를 같이 전달하는 것이 좋다.
'번역 가이드'는 영어로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전세계 번역가가 잘 이해할 수 있다.
Ruler의 번역 가이드는 'a stick to measure the length'와 같이 적으면 된다.

'번역 가이드'는 소스코드에 해당 message를 사용하는 곳에 같이 작성하면 된다.

그럼, 개발자들은 해당 용어를 사용할 때, 이 용어가 잘못 번역될 가능성이 있는 단어인지 잘 생각해야 한다. 여러 뜻을 가진 단어라면 '번역 가이드'를 추가하거나 오해가 없는 확실한 단어로 교체하는 것도 좋다.

물론 소스코드에서 message를 추출하고 '번역 가이드'도 같이 추출하는 것은 완전 자동화 되어야 한다.


번역 검수


프랑스어로 번역을 할 때 외주를 맡기는 것은 우리가 프랑스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번역을 해와도 프랑스어가 제대로 번역된 것인지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번역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을 하려면 번역 검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소프트웨어를 해외 총판을 통해서 판매를 할 경우 해외 총판의 원어민에게 검수를 시키면 좋다. 따는 우리의 해외 우수 고객에게 미리 써보게 하는 필드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이 때 번역이 잘못되었거나 좀 이상한 것은 꼼꼼히 봐달라고 부탁을 하면 된다.

이렇게 검수 과정을 거쳐야 품질 좋은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을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을 수립할 때 미리 감안해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