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26일 금요일

123.456이 무엇으로 보이는가? (10)

123.456 숫자를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은 123에 소수점을 찍은 후 0.456이 추가된 것으로 생각을 할 것이다. 하지만 독일사람에게 123.456을 보여주면 뭐라고 생각할까? 독일에서 ‘.’은 천단위 구분자다. 그래서 123.456은 123456과 같은 숫자다. 만약에 123.456톤 원자재를 주문하면 어떻게 될까? 원래 의도보다 1000배많은 물량을 주문한 결과가 된다. 이런 것이 처리가 안된 소프트웨어를 과연 독일에 팔 수 있을까?

그럼 독일이 이런 것을 알았으니 독일에 맞춰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고 하면 매번 새로운 나라가 나올 때마다 조사하고 연구해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런 식으로는 끝이 없다. 나라별로 소숫점과 천단위 구분자는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아랍은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별도의 숫자를 사용하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과거 천이 아닌 만단위 구분자를 사용했었다. 

Application 개발자가 매번 숫자를 출력할 때마다 이런 고민을 할 수는 없다. 국제화 라이브러리를 만드는 개발자가 이를 고민해야 하고 Application 개발자는 숫자를 출력하기 위해서 마음대로 개발을 하면 안되고 꼭 국제화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야 한다. 국제화 라이브러리 개발자는 내용은 나중에 채우더라도 Application 개발자가 쓸 수 있는 함수 정의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처음에는 한국의 숫자 형식으로 출력이 되겠지만 국제화 라이브러리 개발자가 로케일별 숫자 형식을 지원하는 라이브러리를 완성하면 숫자가 로케일별로 다른 형식으로 출력되게 된다. 


(소수점 사용 지도)

그럼 나라별로 어떤 형식의 숫자를 사용하는지 먼저 좀 알아야 한다. 또한 자신이 개발하고 있는 OS와 사용하고 있는 개발툴, 프레임워크가 어떤 국제화 함수들을 지원하는지도 잘 알아야 한다. 먼저 나라별 숫자 형식을 살펴보자.

1,234,567.89와 같은 숫자를 쓰는 나라는 한국,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 영국, 호주 등이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 내에서는 국가가 아니고 로케일로 지정을 해야 한다.

이와 반대로 1.234.567,89 형식의 숫자를 쓰는 나라는 독일, 그리스, 덴마크,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이 있다. 네덜란드는 통화표시 때는 이 형식을 사용한다. 인도네시아는 과거 네덜란드의 식민지여서 이 숫자 형식을 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나라들의 국제화 표준은 식민지 역사와 관련이 있는 것이 씁쓸하다.

특이하게 스위스에서는 1'234'567.89 형식으로 숫자를 사용한다. 

1 234 567,89와 같이 천단위 구분자로 띄어쓰기를 하고 소수점으로 콤마를 쓰는 나라로는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비 통화표시) 등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١٬٢٣٤٬٥٦٧٫٨٩와 같이 표기한다. 천단위 구분자도 다르고 소수점도 다르다. 아리비아숫자도 쓰지만 아랍어의 숫자도 쓴다. 아랍권도 로케일마다 숫자표기가 다르다. 천단위 구분자는 뒤집힌 콤마인데 폰트 때문인지 제대로 안나온다. 특이한 점은 아랍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쓰지만 숫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는 점이다.

아라비아숫자는 최초에 인도에서 만들어졌다는데 대다수 역사가들이 동의를 하다. 하지만 인도숫자가 아니고 아라비아숫자라는 명칭을 얻게 된 이유는 인도에서 만들어졌지만 이슬람세계를 거쳐 점점 변형이 되면서 유럽으로 전파가 되었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은 아랍에서 온 숫자로생각했다. 

이외에도 여러가지 숫자 표기 형식이 더 있다. 하지만 개발자가 이 모든 것을 다 알 필요는 없다.  이렇게 다양하다는 것 정도와 나중에 버그가 보고 될 때 버그를 고치기 위해서 필요한 정도만 알면 된다.

우리나라 및 한자권의 나라들은 숫자가 만 단위로 되어 있어서 만단위구분자를 찍는것이 읽기는 더 편하다. 하지만 숫자표기 표준화에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천단위 구분자를 사용하는데 불편하다. 또한 관습적으로 백단위와 천단위 구분자를 섞어서 쓰는 나라도 있지만 지금은 거의 천단위 구분자를 사용하는 것으로 통일되고 있다.

숫자를 위한 국제화 라이브러리를 설계할 때는 다음 순서를 따르면 된다.

첫째, 지원 범위를 결정한다.
얼마나 많은 로케일을 지원해야 하나? 현재는? 미래에는?
지원할 숫자의 종류는? 정수? 실수? 숫자의 길이는?
천단위 구분자를 지원할 것인가?
출력만 지원할 것인가? 입력, 출력 모두를 지원할 것인가? 입출력별 지원할 숫자 형식은?
Application 종류마다 지원 범위가 다르므로 미래 요구사항까지 고려하여 스펙을 정해야 한다.

둘째, 함수 프로토타입을 정의한다.
함수가 정의되어야 국제화 라이브러리가 완성되지 않아도 Application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으므로 프로젝트 초기에 정해야 하며 나중에 바뀌지 않도록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보통 정수를 문자열로, 문자열을 정수로 바꿔주는 함수와 실수를 문자열로, 문자열을 실수로 변환하는 함수를 정의한다. 천단위 구분자를 옵션으로 주기도 하고 로케일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옵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셋째, 함수 내부를 구현한다.
숫자 함수는 보통 L10n 라이브러리를 로케일별로 각각 개발하지 않고 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국제화 함수들을 사용한다. 그만큼 숫자는 일반적인 국제화 항목이라서 대부분의 시스템에서 제공한다. C언어를 사용한다면 atof(), atoi(), atoll(), strtod(), strtol(), printf(), sprintf() 등의 함수가 로케일을 바꿔주면 로케일에 따라서 다르게 동작한다. 물론 각 함수들은 와이드캐릭터(wchar_t) 버전이 따로 있으니 사용하는 문자의 데이터형에 따라서 알맞은 함수를 사용해야 한다. printf() 함수의 국제화 버전을 사용하려면 libintl라이브러리를 포함해야 한다.위 함수들이 로케일에 따라 다르게 동작하게 하려면 setlocale(LC_NUMERIC, "ko_KR")과 같이 숫자형식의 로케일을 바꿔줘야 한다. LC_ALL을 이용해서 모든 카테고리를 다 바꿔도 동작한다.

그 외에 어떤 개발언어, 라이브러리,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냐에 따라서 숫자함수들의 사용법이 다르니 환경에 알맞게 구현을 해야 한다. 
자세한 시스템 국제화 숫자 관련 함수의 사용법은 환경에 따라서 매우 다양하여 이 글에서 다 소개하기는 어렵다. 추가로 궁금한 것은 스스로 조사를 하던가 필자에게 직접 문의를 하는 것이 좋겠다. 
입력함수는 출력함수와는 다르게 엄격하지 않게 구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천단위 구분자를 포함해서 입력하는 함수라도 천단위 구분자가 입력되지 않은 경우에도 처리를 하는 등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다.

추가로 35%, 10mm 등 뒤에 단위가 붙은 숫자들도 국제화 함수로 미리 정의를 해 놓는 것이 좋다. 이또한 나라별로 국가별로 어떤 표기법으로 바꿔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숫자를 나라별, 로케일별로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국제화의 시작이다.

이 글은 네이버 포스트에 게재한  입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