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27일 목요일

스타트업의 착각들

필자는 많은 스타트업을 만날 기회가 있고 가끔은 스타트업 파운더가 우리 회사를 찾아와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처음 만나면 먼저 회사의 전략이 무엇인지 물어보는데 여러가지 일이 벌어진다.

대부분은 파운더들이 자신들의 전략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한참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경우가 많고 이해가 살짝 되도 “이거 되겠는데”라는 생각이 바로 안 든다. 이런 경우는 제대로 된 전략이 없거나 좋은 전략이 있는데 설명을 잘 못하는 경우이다. 두 가지 다 문제이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분야에서만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섞어가면서 기승전결 없이 마구 설명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호응을 끌어낼 수 없다. 회사의 전략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 통해 투자를 유치하고 파트너와 비즈니스를 도모한다. 직원을 뽑을 때도 회사의 전략과 비전을 보여주고 뽑는다.

“30초 엘리베이터 스피치”라는 것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올라 가면서 30초 동안 사장에게 자신의 제안 내용을 설명해서 OK를 얻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황하게 설명해서는 안 된다. 30초 동안 핵심 내용을 간결하게 사장님이 알 수 있는 용어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이 “30초 엘리베이터 스피치”다.

회사의 전략은 “30초 엘리베이터 스피치”와 같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스타트업이라면 모든 직원이 자기 회사의 전략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당장 친구에게 전략을 설명해보자. “오! 이거 끝내주는데”라는 반응이 오나 보자. 그렇지 않다면 전략이 신통치 않거나 설명을 제대로 못한 것이다.

그럼 본론으로 돌아와서 스타트업들이 가지고 있는 착각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1. 세계 최초

많은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세계 최초라고 주장하고 그렇게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 최초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는 식상할 정도이다. 세계 최초가 매우 중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요하지 않다. 세계 최초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성공한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은 세계 최초가 아님에도 크게 성공을 했다.

세계 최초라고 주장을 할 때 사실은 세계 최초가 아니거나 세계 최초라고 해도 별 의미가 없는 경우가 99%이다.

첫 번째 경우는 세계 최초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기에는 세계 최초”이다. 전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물 안에서 세계 최초인 것이다. 둘째 세계 최초라고 해도 고객이 원하지 않거나 별로 가치가 없는 경우에는 적당한 비즈니스 전략이 아니다.

세계 최초를 쫓을 것이 아니라 들으면 무릎을 딱 치게 만드는 고객이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2. 아무나 못 만든다.

우리 소프트웨어는 워낙 기술이 어려워서 다른 회사는 흉내내지 못하다고 말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런 경우 경영자가 개발자들에게 속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진짜 어려운 기술인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스타트업이 접근하기 쉬운 전략은 정말 어려운 기술이 아니라 대기업은 손대기 힘든 작은 시장이다. 요즘은 조금 바뀌었지만 Global 기업이나 대기업들은 메이저 시장이 아니면 웬만하면 뛰어들지 않는다. 그런 니치마켓에는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공략할 수 있는 타깃이 많이 있고, 지역별로 특수한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이미 성장한 메이저 시장은 큰 자본이 아니면 공략하기 어렵다.

스타트업이 니치마켓이라고 공략한 시장이 전세계를 주도하는 커다란 시장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우리는 많이 봐왔다. 스타트업이라면 틈새를 잘 노려야 한다.

두 가지를 합쳐서 좋은 전략도 있다. 기술은 적당히 어려운데 시장이 작아서 메이저 업체들이 뛰어들지 않은 경우 경쟁대상 업체들 중에는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할 수는 있다. 이것은 매우 좋은 전략 중 하나이지만 시장이 성장하면 메이저 업체들의 먹이가 될 수 있으므로 항상 대비를 해야 한다.

3. 우리 개발자들은 실력이 세계 최고

자신감은 좋지만 자만심은 금물이다. 흔히 실리콘밸리 개발자보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실력은 더 뛰어나다는 주장을 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내가 아는 한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이 못한다는 것이 아니고 각 개인차일 뿐이고 어디나 잘하는 개발자가 있고 못하는 개발자들이 있다. 실리콘밸리에 뛰어난 개발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더 높기는 하다.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미국에서 최고의 직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최고의 두뇌들이 선택하는 전공과 직업이다.

또한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 속에서는 개발자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다. 초급개발자끼리 비교하는 것은 승산이 있어도 10년, 20년 이상 경력의 개발자를 비교하면 우리가 밀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내가 만나본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은 분석, 설계, 코딩 능력에서 압도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개발자들도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고참개발자도 매우 많다.

스타트업에는 우수한 개발자가 필요는 하다. 한 사람이 일당백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전국구의 최고의 개발자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잘 만들어내고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는 실력과 경험이 있으면 된다. 천재가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소프트웨어는 그리 많지 않다. 또한 회사가 성장하면 뛰어난 개발자 소수와 대부분의 괜찮은 개발자로 개발팀을 꾸리면 된다.

핵심은 천재는 아닌 개발자들과 함께 좋은 전략과 기획, 그리고 잘 쓰여진 스펙과 설계를 가지고 잘 개발할 수 있는 문화 및 프로세스를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4. 남들은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서 현재 Global하게 성공한 회사들을 보면 왠지 대부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정말 운이 좋아서 성공할 가능성보다 잘했는데 운이 나빠서 실패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아이디어, 전략, 기술력 모두 뛰어나지만 억세게 재수가 없어서 IMF를 만나서 실패하거나 Global 회사의 무료 공개 전략으로 시장 자체가 사라져 버려서 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견기업 이상이 되면 이를 버틸 체력이 있지만 스트타업은 한번에 쓰러지기도 한다. 이런 천재지변은 어쩔 수 없다.

반대로 별것 없는데 지독하게 운이 좋아서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속을 보면 대단한 노력과 실력이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싸이(Psy)가 인터뷰에서 어떤 철학자가 말하길 “노력이 기회를 만나면 운”이라고 했다. 거의 대부분은 성공 뒤에는 노력이 있다. 스타트업은 앉아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끊임 없이 기회를 찾아서 자신의 운으로 만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빨리 실패를 인정하고 창의적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기회를 옅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스타트업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 또는 뛰어난 기술을 가진 대신 전략이 빈약한 경우가 매우 많다. 실리콘밸리만 하더라도 들으면 환상적인 아이디어와 뛰어난 전략의 수많은 기획서가 투자자들의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하나하나 다 성공할 것 같은 기가 막힌 아이디어이고 전략인데 이중에 95%가 3년 안에 망한다고 한다. 스타트업의 전략을 딱 들으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서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 기가 막히지 않으면 전략을 바꾸거나 전략을 설명하는 방법을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야 5%의 터널에 진입할 준비가 된 것이다.

이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

댓글 2개:

  1. 좋은 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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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두가 긴 성격이라 30초안에 고객을 설득해야 한다..는 무리!
    사업을 했으면 말아먹을 스타일이죠. -_-;;;;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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