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9일 화요일

동종업계 취업금지 각서

개발자에게는 동종업계 취업금지라는 이상한 족쇄가 있습니다.
보통 2년 어쩔 때는 더 길기도 합니다.
입사 시에 이러한 동종업계 취업금지 각서에 사인을 하라고 하는 회사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특정 업종에 따라서는 이러한 금지조항이 꼭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에서도 너무 광범위하게 "동종업계 취업금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조항 때문에 이직 시에 문제가 되는 경우를 종종 봐왔습니다. 이 와중에 개발자만 괜히 낙동강 오리알이 되고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되곤 하더군요. 이전 회사에 다시 돌아가지도 못하고 참 곤란한 경우를 겪더 군요.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개발자들이 경쟁 업체에 취직을 못하게 하면 개발자는 갈 곳이 별로 없습니다.
이전 회사에서는 상당히 그럴싸한 이유를 댈 수 있습니다. 
개발자가 회사의 소스코드를 몽땅 들고 가서 경쟁회사에서 이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범죄인데 직원이 퇴사 시 범죄를 저지를까봐 미리 방지하는 셈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걱정을 하는 회사가 꽤 많고 일부 이해도 됩니다. 

마치 지하철에서 신문을 보면 이 신문을 깔고 "대ㅂㄴ"을 볼 수 있으므로 신문을 못 보게 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영업직은 자신의 모든 영업라인을 끌고 이직을 해도 입사할 때 이런 서약을 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개발자가 이직을 해서 기존의 소스코드를 얼마나 활용하고 참조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자신이 개발한 일부 함수를 재활용한다고 해도 범죄라고 얘기하기가 어렵습니다. 회사에서는 나중에 문제가 되고 귀찮아지니까 이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이죠.

이는 마치 소수의 개발자와 소스코드에 회사의 경쟁력이 전적으로 의존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이런 회사는 보기에도 좀 불안해 보입니다. 개발자들이 퇴사하는 것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이것이 그렇게 심각하다면 좀 문제가 있습니다. 분명 개발자는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가장 큰 자산이지만, 이는 소수의 한두명이 아니고 전체를 말하며 팀을 이뤄서 일했을 때 가치를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발자들도 이직을 할 때 두뇌를 완전히 비우고 이직을 할 수는 없겠지만, 또 이전 회사에서 자신이 작성한 소스코드를 참조하고 볼 수는 있겠지만, 소스코드를 완전히 배껴서 동일 제품을 만든 것은 안됩니다. 자신이 만든 소스코드의 지적 재산권은 회사에 있는 것이죠. 다만 이를 만들면서 쌓인 지식과 경험은 개발자 것이지요. 새로 이직한 회사에서도 그 지식과 경험을 사는 것이지 소스코드를 들고 오라고 하면 안되겠죠. 또, 이런 지식과 경험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데 힘쓰는 것이 좋겠죠.

개발자들의 마인드도 좀 바뀌어야 무분별한 동종업계 취업금지 관행에서 개발자들이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발자들이 모든 소프트웨어 회사로 자유롭게 이동을 할 수 있어야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개발자들도 많은 지식과 경험을 접하게 되고, 개발자 및 회사 모두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합니다.

입사시에 이런 각서에 사인을 해야 한다고 하면 사인을 해도 되는지 잘 한번 생각해보세요. 

댓글 6개:

  1. 각서보다는 예전 판례가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게 아닐려나요?

    아무튼 영업직은 그 사람과 연관된 거래선이 따라가는건데 아무말 하지 않는다 라는 관점이 신선합니다.
    개발자에게 적절한 방어막이 될 좋은 문구인거 같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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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구차니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직을 하면서 기업의 비밀과 재산을 얼마나 침해하느냐가 문제인데, 물건 만드는 공장에서는 설계 도면이 매우 중요하지만, 소프트웨어는 참 애매합니다. 그래서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이 소스코드에 너무 큰 비중을 두지 말자는 것입니다. 개발자들의 자유로운 왕래가 없이는 소프트웨어 전체적인 성장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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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RT murianwind님 동종업계 취업금지 각서 http://bit.ly/7081g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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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컴공학부 4학년 학생으로... 개발자로 일하기 원하는 학생인데 언제나 좋은 글 읽고 갑니다.^^;
    하지만, 졸업 후에 처음 어떠한 회사에 입사 시에 어떠어떠한 서류에 사인하라고 하면... 제 코가 석자라서 이런 것을 알아도 하게 될 것 같습니다.(슬픈현실..ㅠㅠ?코가 석자라..)
    하여튼 맨날 그냥 좋은 글 읽고만 가다가 감사의 마음으로 댓글이라도 달고 갑니다.
    내년에도 계속 꾸준하게 좋은 글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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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안녕하세요. simplism님
    사인은 해야겠죠. 하지만 사인을 하는 의미는 알아야 합니다. 아니면 퇴사후 창업을 하셔야 할 겁니다. ^^
    학부생이 피부로 느끼기에는 좀 어려운 내용들도 있는데, 열심히 보고 있다니 고맙습니다. 이제 내년에 졸업이시군요. 훌륭한 개발자가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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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심사숙고 하길 바랍니다. 제 경우 링크의 글은 접한 적도 없고 본적도 없습니다만. 대형사이트에서 아키텍트의 인수인계에 사인했던 적이 있어서 매우 힘들었던 프로젝트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사인을 요구하거나 불이익 차원의 요구조건이 들어있는 경우 조금만 시간을 내서 알아본다고 하세요. 분명 노동법 위반에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시고 말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비용처리가 늦어진 관계로 해당 회사에 비용 재촉을 한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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