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22일 수요일

개발자들이 바글바글한 외딴섬에 떨어진다면

개발자들이 바글바글한 외딴섬에 떨어졌는데 서로 뒤죽박죽으로 개발을 하고 있고,이들을 3개월 안에 훈련시켜서 정예 개발자로 만들어 한다는 미션이 떨어졌다면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Language 기초를 다시 가르칠까요?
UML을 가르칠까요?
문서 작성법을 훈련 시킬까요?
개발방법론을 가르칠까요?
팀워크를 키워줄까요?
OOP를 가르칠까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스펙을 작성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3개월간 훈련을 시킬 겁니다. 

즉 Requirement engineering을 익히게 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스펙은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현장에서 가장 많은 실패의 원인이 되고 있고, 배우기도 가장 어려운 분야입니다. 나는 수많은 개발자들이 작성한 스펙문서(다양한 이름의 문서)를 봐 왔지만, Requirement engineering을 제대로 알고 잘 작성한 스펙문서는 별로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또한 그로 인해서 프로젝트나 제품에서는 수많은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스펙을 제대로 쓰기만 한다고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할 수 있는 모든 준비가 된 것은 아닙니다. 스펙을 쓰는 것은 이제 소프트웨어 제대로 된 소프트웨어 개발에 한 걸음 내디딘 것 뿐입니다. 거꾸로 스펙도 쓰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개발하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즉, 무엇을 개발할지도 모르고 여럿이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개발하냐는 것입니다. 또 영업이나 고객은 정확하게 무슨 제품이 나올지도 모르고 기다리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을 얘기하는 사람도 꽤 됩니다. 기존에 제대로 된 스펙 없이도 훌륭한 제품을 많이 탄생했고, 성공한 제품도 꽤 된다고 얘기합니다.  물론 예외는 항상 있습니다. 저도 몇몇 그런 사례를 알고 있습니다.

정확하게 따지면, 그렇게 성공한 제품은 별로 많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초창기에 제품의 크기가 작거나 고객 수가 작을 때는 멋진 제품이었으나 매출이 늘고, 소프트웨어 규모가 커지면서 망가진 제품도 꽤 많습니다. 즉, 스펙의 부실로 혼동에 빠져서 실패한 제품이 꽤 됩니다.

제대로 된 스펙도 없는 제품이 성공할 확률은 잘 작성된 스펙을 토대로 개발하고 유지보수 되는 제품의 성공확률의 1/10도 안될 겁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라면 스펙이 왜 중요하고, 스펙을 잘 적기 위해서 배우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아야겠습니다.

PS) 가끔 우리나라가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섬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댓글 21개:

  1. 좋은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Ray.전규현님이 생각하시는 스펙 문서(Requirement engineering)은 어떤 것인지요? 이게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가능하시면 샘플 문서를 한번 받아볼 수 있을까요?(너무 과한 요청이로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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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스펙의 정의와 범위는 막연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이지요. ISO나 IEEE에서도 정의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서 중요한 부분이 다르고 적당한 표현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Template이 Sample을 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생각의 폭을 좁히고 사고를 고정시키기 때문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NDA에도 어긋나고요. 시간이 되면 저를 한번 방문하셔서 토론할 기회를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회는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오히려 설계가 제품마다 상당히 많이 달라서 더 정형화 시키기 어렵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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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흠.. 그런 의미의 스펙을 말씀하신 거군요.
    저는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만들어지는 제품에 대한 스펙을 말씀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부분은 어찌보면 설계서를 생각했었는데 그 상위 레벨 혹은 단계를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그렇다면 말씀하신 대로 문제가 발생이 되겠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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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조금은 정형화된 예제의 문서가 있을까요? 물론 프로젝트, 솔루션 마다 틀리겠지만요. 어느정도 예제를 삼을만한 문서가 있으면 좋겠네요. 이런문서들도 각업체별로 틀리겠지만 이런문서들도 약간의 틀을 가진 문서가 있으면 좀 공통적으로 적용해서 모든 개발자들이 이해하고 독해할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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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스펙은 누가 만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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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개발자들이 바글바글한 섬이라면 스스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낼 것이니 교육이 필요없을 듯 합니다. 개발자는 별로 없고 자신이 뭘 원하는지 모르는 고객이 바글바글한 섬이라면 고객들에게 일단 스스로 필요한 것이 "진짜" 뭔지를 알아내는 교육을 하면 의미는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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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일리가 있는 얘기네요. 문제는 스펙을 적는 방법을 잘모르고 경험이 부족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쓸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만든다면, 그 필요성이 줄어들겠네요. 여태 그렇게 잘 만들어서 써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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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스펙을 쓰는 사람은 프로젝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스펙을 쓰려면, 고객의 요구사항을 잘 분석할 수 있어야 하고, 기술도 잘 알아야 합니다. 선임 개발자가 쓰기도 하고, 소프트웨어 분석가가 따로 있는 경우도 있고,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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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곰아리님 안녕하세요. 스펙문서는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마다 다 Template이 있으니 Google에서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잡한 개발방법론은 스펙과 연관된 문서가 너무 많고 복잡한 것이 문제입니다. 또한 Template을 보더라도 그 내용을 어떻게 채우는지 아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경험도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도 Template를 보고 싶다면, ISO나 IEEE에서 정의한 SRS문서를 보면 참조가 됩니다. Template만 보고 작성된 SRS를 보면 잘못된 내용을 적는 경우가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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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잘보고 갑니다~일리가 있는얘기 입니다, 프로젝트 단위에서 규모가가 커지면 커질수록
    중요성이 강조 되는것 같아요.
    여담이지만서도...
    개발자에게 회의시간에 웃으며,고집안부리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 가르키는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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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sheon님 안녕하세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요. ^^ 왠지 개발자들에게는 공통된 인식이 있는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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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저는 우선 팀웍을 가르칠것 같습니다. 주어진 환경이 아주 좋고 능력이 있는 개발자만 모여 있다 하더라도 협업이 되지 않아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 왔거든요. 개발 방법론은 모르더라도 같이 일하는 조직에서 협업이 잘 된다면 그 조직에 맞는 개발방식이 수립이 됩니다. 다들 좋다는 방법론 보다 그 조직에 최적화 되어있는 개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경우는 뭐같은 요구사항이 나오더라도 찰떡같은 작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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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님의 글을 보면서 제가 봤던 아래 블로그에 Scott이 남긴 커멘트가 생각났습니다.
    http://www.gaborcselle.com/blog/2009/04/what-specs-are-good-for.html

    저도 C-Thinker님 말대로 팀웤에 한표를 던지겠습니다.
    Communication is matter to be success or fai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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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전규현님 블로그에 재미있는 글이 올라왔네요.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고 있습니다. 뒤죽박죽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들을 3개월안에 정예 개발자로 만들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을 때 무엇을 하시겠습니까? 저는 먼저 미션을 부여한 사람에게 가겠습니다. 미션이 잘 못 되었음을 알립니다. 3개월이라는 시간은 뒤죽박죽으로 개발하는 개발자들을 정예 개발자로 만들기에는 부족한 시간임을 알리고,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합니다. 그래도 계속 미션 달성을 요구하면, 말도 안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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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C-Thinker님 안녕하세요. 팀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이 좀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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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popopome님 안녕하세요.
    스펙은 항상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지만 어렵고, 스펙작성은 개발자들의 역량 중에서 가장 우선시 되곤하나 또한 익히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Scott의 커멘트를 보니 그사람의 경험과 생각을 미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절대적인 비교는 되지 않죠. 그러기에는 우리나라 개발환경은 기초가 많이 부족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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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글 잘읽고 갑니다.

    핵심인재 한명 빼고, 전부 코더로 만드는건 어떨까요?
    중앙집권..불가능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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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카페모카님 안녕하세요.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좋은 생각이죠.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좋은 제품이 나올 수도 있겠죠. 그리고 그 코더들도 시간이 흐르면 설계도 할고, 더 비싼일을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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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초보 개발자인 저에게 너무나 와닫는 내용들이 가득한 블로그네요
    RSS 등록하고 자주 오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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