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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12일 목요일

SW개발, 맥가이버식 전문가가 위험한 이유(개발문화 시리즈8)

이번 개발문화 이야기는 '전문가문화'다. 

어떤 개발자가 국내 유수의 소프트웨어 기업에 취업하려고 한다고 가정 해보자. 개발자가 수백명에 달하는 이 회사에 지원을 하면서 본인을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고 보자. 

“저는 빌드 전문가입니다. 빌드 기술 연구와 실무 경험이 5년이나 됩니다.” 

그럼 이 개발자는 취업에 성공할 수 있을까? 모든 회사가 상황은 아니지만 이 개발자가 주장하는 “빌드 전문가”라는 것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고 그 가치를 높게 평가할 회사가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하는 개발자도 있을 수도 있다. 

“빌드 전문가?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나는 비주얼스튜디오나 이클립스에서 버튼하나 누르면 그냥 빌드가 다 되는데 전문가가 필요한가? 그냥 프로젝트에 투입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나 뽑아주면 좋겠네” 

그럼 소프트웨어가 아닌 다른 분야는 어떨까? 

여기 집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저는 설계도 할 줄 알고 목수, 미장에 벽돌도 잘 쌓아요. 제게 맡겨주면 제가 다할 수 있습니다”고 얘기한다고 하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정글의 법칙”에서 집을 잘 지을 수는 있어도 내가 사는 집을 맡기기에는 불안하다. 하나 하나가 얼마나 전문성이 있고 어려운 일인지 일반인도 잘 알기 때문이다. 설령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있어도 설계를 잘하는 사람에게 벽돌도 쌓으라고 하면 비용도 더 많이 들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은 쉽게 이해한다. 

여기 운동선수를 뽑으려고 한다.

한 지원자가 “저는 농구, 축구, 야구 모두 잘합니다”고 주장한다. 프로선수를 뽑는데 이 선수를 채용하겠는가? 초등학교에는 이런 천재가 존재한다. 하지만 프로세계에서는 어림도 없다. '농구의 신' 마이클 조던도 야구선수로는 별볼일 없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좀더 범위를 좁혀서 프로 축구선수를 뽑는다고 하자. 지원자가 공격, 수비, 골키퍼를 모두 잘한다고 주장하거나 프로 야구선수가 투수, 포수, 1루수, 유격수, 외야수, 지명타자까지 다할 수 있다고 하면 최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현장에서는 모든 것을 다 잘하는 만능선수를 선호하고 한 분야의 전문가에 대해서는 이해도 낮고 인기도 없다. 

소프트웨어는 앞에서 언급한 다른 분야에 비해서 덜 복잡하고 쉬운 분야가 아니다.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지식산업이라고 하는 것이 소프트웨어다. 영화를 만들어도 카메라, 조명, 작가 등 전문가로 나뉘어져 있지만 소프트웨어는 이에 못지 않은 전문분야가 있다. 

다시 빌드로 돌아가보자. 빌드는 생각보다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다. 빌드 전문가가 개발자가 아닌 것은 아니다. 보통 개발자로 성장하다가 빌드 분야에서 더욱 연구를 많이 하고 실무를 통해서 전문가가 된 개발자이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는 개발자가 짬짬히 해볼 수 있는 일이지만 규모가 커질수록 일은 점점 기하급수로 늘어가며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사고의 위험도 커진다. 

큰 회사에는 빌드팀이 별도로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빌드 전문가들이 빌드 자동화와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한다. 빌드가 자동화되면 개발팀이 얻는 혜택은 대단히 크다. 빌드 전문가가 없다면 개발팀은 이런 혜택을 누릴 수 없고 비용은 더 많이 들어간다.

소프트웨어에서 이렇게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가 매우 많다. 대부분 잘 알고 있는 QA분야를 비롯해서 테크니컬 라이팅, DB관리자, 데이터분석가, 테크니컬 마케팅, 국제화 전문가, UX전문가, 번역가, 아키텍트 등 다양하며 도메인 및 특정 기술 분야마다 매우 다양한 전문가가 있다. 회사마다 필요한 전문분야도 다르다. 

물론 뛰어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여러 분야에 대해서 두루 잘 알지만 하나하나의 전문가가 되기는 어렵다. 그 중에서 한 두가지 분야의 전문가는 될 수가 있다. 

그럼 왜 이렇게 전문가에 대한 인식이 낮고 전문가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까? 

주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는 프로젝트 규모가 크나 작으나 가내수공업식으로 개발을 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잘하고 있는 회사도 많으므로 모든 회사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의외로 개발자는 수천명인데 속을 보면 수많은 가내수공업팀이 있는 경우도 있다.

장인정신하면 도자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수백년전 우리나라 전통도자기는 전문가를 키우지 않아서 산업화에 실패했다. 한명의 도공이 도자기 생산 프로세스 모든 것을 담당했다. 예술성은 뛰었났을지언정 효율적인 생산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임진왜란때 수백명의 도공을 납치해간 일본은 도자기 생산과정을 수십가지로 나눠서 각각의 전문가를 키워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도자기 성형만 하는 사람, 유약만 만드는 사람, 색을 내는 염료만 연구하고 만드는 사람 등 수십가지의 전문가가 있다. 

현대의 도자기 산업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렇게 전문가를 키우지 않는 문화는 현대까지 이어진 것일까? 회사가 작을 때는 한 개발자가 많은 일을 해야 하므로 만능 개발자를 선호하고 그런 개발자가 회사를 키우는데 원동력이 됐다. 

그런데 회사 규모가 엄청나게 커졌는데도 여전히 그런 만능 개발자만 선호하고 개발자가 똑같이 개발 과정의 모든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개발자는 여러 분야의 일을 다 할 수는 있지만 전문가보다 잘할 수는 없다. 개발자는 자신이 전문가인 분야가 따로 있다. 대충 할 줄 아는 사람과 전문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개발하는 제품의 품질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소프트웨어 전 개발과정의 전문성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회사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막상 취업을 해서는 자신의 전문성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주변에서 이런 경우는 매우 많이 본다. 이미지 프로세싱을 10년 가까이 해서 한국으로 채용되어 온 인도 개발자를 만난 적이 있다. 한국회사는 자신의 전문분야의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지만 현재 일반 UI개발을 몇 년째 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 계약이 끝나면 바로 인도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만능개발자만 100명있는 개발조직보다는 개발자는 80명만 있고 20명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한 조직이 훨씬 개발 효율이 높고 제품의 품질도 올라갈 것이다. 

회사의 규모에 맞게 적절한 전문가를 채용하고 키워야 한다. 작은 규모에서 시작해서 성장하는 회사라면 회사가 커가는 적절한 시점에 전문분야로 분리해야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문분야도 있고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니면 모르는 전문분야도 있다. 필요한 전문분야도 회사마다 다를 수도 있다. 영업만 이해하는 경영자가 개발팀을 구성하면 만능개발자가 바글바글한 조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조직을 전문화하고 효율적으로 만들려면 이를 이해하고 이끌 수 있는 CTO급의 개발자가 꼭 있어야 한다. 

여러 전문가가 효율적으로 협업하려면 프로세스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성숙한 개발문화가 필요하다. 성숙한 개발문화를 이 글에서 다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재 필자가 개발문화에 대해서 컬럼을 두달 넘게 쓰고 있지만 화두만 던지는 것이지 배울 수는 없다. 화두를 가지고 깨닫고 적용하여 경험을 통해서 전진해야 한다. 

CTO급 개발자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가내수공업식 개발환경에서 성장한 개발자는 아무리 오래 개발을 했고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전문성에 대해서 다 알기는 어렵다. 성숙한 개발문화와 전문화된 조직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개발자가 도움이 될 것이다. 

당장은 개발자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어필하기 쉽지는 않을 수 있다. 소프트웨어 문화가 점점 성숙되고 전문가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할수록 전문가에 대한 대우는 좋아질 것이고 맥가이버식 만능개발자보다 더 인기가 많아지는 때가 올 것으로 생각한다.


이글은 ZDNet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2013년 11월 18일 월요일

SW개발의 8:2 법칙, 그리고 불편한 진실 (개발문화 시리즈4)

이번 개발문화 이야기는 '가내 수공업식 개발문화'다. 즉, 8:2 법칙에 관한 이야기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시스템과 개발자에 의존하는 비율이 8:2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다른 분야는 어떨까? 예술적일수록 시스템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고, 체계화되고 규모가 클수록 시스템 비율이 높아져서 인력에 대한 유연성은 증가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람이다. 즉, 개발자이다. 그런데 전적으로 개발자에게 의존하는 개발방식은 효율도 떨어지고 리스크도 높다. 특히 소수 인력에 의존하는 방식은 가내수공업 형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비단 소프트웨어 분야 뿐만이 아니다. 전통 도자기 등 시스템화로 인해 산업화를 못 이루고 맥이 끊겨 사라져버린 분야가 얼마나 많은가? 임진왜란 때 수많은 도공을 납치해간 일본은 도자기 생산을 체계화해서 산업화에 성공했다. 유럽 수출을 시작으로 부를 쌓아서 선진국이 되는 발판을 마련했다. 

회사 규모가 크나 작으나 회사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낮고 개별 개발자에 의존하는 회사는 개발자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도 못한다. 개발자들이 퇴사하면 큰 타격을 입고 새로운 개발자가 들어와도 효율적으로 일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개발자들이 실력에 맞는 일을 적절하게 골고루 나눠 하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치기 일쑤고 고급 개발자들이 소방수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 규모는 큰데 여전히 가내수공업 형태를 못 벗어난 결과다. 

이런 현상은 회사가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갖추지 못해서 벌어진다. 회사 시스템이란 개별 직원과 대비되는 회사의 전반적인 체계를 말한다.소프트웨어 회사 또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모든 회사라면 갖춰야 할 시스템은 다음의 4가지가 있다. 

조직, 프로세스, 문화, 기반시스템이다. 

4가지를 잘 갖추고 있다면 특정 개발자에게 의존하는 리스크는 줄고, 개발자들도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개발자가 이직을 해도 빠른 시간 안에 적응이 가능한다. 이것은 개발자와 회사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이렇게 되려면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스템에 의존하는 비율이 80%정도는 되어야 한다. 나머지 20%는 도저히 시스템으로 커버가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8:2가 아니라 2:8 또는 1:9이기 때문에 문제다.

개인 회사이거나 아주 작은 회사도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시스템에 의존하는 비율을 0%에서 시작하여 20%, 50%, 80%로 차츰 높여가야 한다. 

특정 개발자가 빠져 나가면 대부분의 개발 경험과 지식도 함께 빠져나가게 되는 경우 회사는 매우 불안한 상황에 놓인다. 이런 상황을 개발자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다. 회사의 시스템이 워낙 부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개발자도 워낙 바빠서 그런 상황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보니,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단기적으로는 개발자 가치가 올라가서 더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런 환경에서 개발자는 적절한 성장 기회를 얻지 못한다. 아키텍처는 신경 쓰지도 못하고 여기저기 불려다니면서 재미없고 힘든 문제 해결에 주로 투입된다. 개발자 본인에게도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첫째, 그럼 개발자는 교체 가능해야 하는 부품인가? 

회사가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개발자를 교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리스크를 줄이고 좀더 효율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개발 중에는 교체가 쉽게 되는 일이 있고, 어려운 일이 있다. 교체가 쉽게 되는 일까지 회사 핵심개발자들의 시간을 많이 빼앗으면 안된다. 회사 핵심 개발자들은 좀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쉬운 일들, 과거에 해놓은 일들을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는 핵심 개발자가 퇴사해도 유지보수에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미래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가치는 결국 커진다. 물론 아주 작은 회사는 상황이 다르다. 

둘째, 시스템을 아주 잘 갖추고 있는 대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을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시스템은 회사의 상황과 역량에 알맞게 적절히 갖춰야 한다. 하지만 큰 회사들은 여기서 큰 불균형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프로세스를 과도하게 복잡하게 하고 사용하기도 힘든 비싼 시스템들을 구축해 사용을 하기는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의 개발문화는 한참 뒤쳐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세스는 형식적으로 흐르고 비싼 시스템은 장식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개발효율로 따지만 주먹구구보다 더 못한 경우도 있지만, 보험의 성격이 있어서 쉽게 포기하지도 못한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갖추어야 할 시스템, 즉, 조직, 프로세스, 문화, 기반시스템은 교과서에 딱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회사 규모, 성격 등에 따라서 계속 바뀌어 나가야 한다. 부족해도 문제고 과도해도 안된다. 

개발자 혼자 회사를 하면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해야 하지만, 10명, 30명, 100명으로 늘 때마다 조직 구성이 달라져야 한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큰 규모에 비해서 이런 구분 없이 개발자에게 너무 많은 일을 맡기고 있는 경우가 많다. 

보통은 회사가 커지면서, 테스트, 빌드, 시스템관리, 기술지원, 고객지원, 영업지원 등과 같은 일들은 전문조직으로 분리해야 한다. 어려운 점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규모로 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 프로세스는 어떤가? 여기에도 극과 극이 있다. 명시적인 프로세스가 아예 없거나 너무 복잡한 경우도 많다. 프로세스는 최대한 단순하고 자유도를 높이면서도 핵심적인 요소들은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또한 회사의 역량이 높아감에 따라서 계속 바뀌게 된다. 

많은 회사들이 열악한 개발 문화와 낮은 역량을 비싼 기반시스템이 해결해 줄 것으로 착각한다. 꼭 필요한 기반시스템도 있지만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소수의 필수 시스템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시점에 필요하면 사용하면 된다. 꼭 비싼 시스템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개발자당 연 사용료가 수백, 수천만원하는 종합선물세트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극히 일부 기능만 쓰는 경우도 많다. 툴로는 결코 문화나 역량을 극복할 수 없다. 

반대 경우도 문제인건  마찬가지다. 필수 기반시스템 하나 없이 주먹구구로 개발하는 회사라면 좋은 오픈소스 기반시스템들이 있으므로 잘 선택한뒤 제대로 가이드를 받아 사용하면 된다. 과도한 경우보다는 개선하기가 쉽다. 

회사 규모에 맞게 안정적이며 꾸준히 역량을 향상하면서 개발을 하려면 개발자에게만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회사가 더 많은 것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꾸준한 투자와 변화는 필수다. 작년과 올해 조직, 프로세스가 똑같고 변화를 위해 투자를 한 것이 하나도 없다면 회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리스크를 줄이고 개발자가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회사가 80%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본 칼럼은 ZDNet Korean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3년 10월 17일 목요일

부실한 공유문화를 지배하는 개발자의 심리 (개발문화 시리즈2)

본 글은 CNet 코리아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http://www.cnet.co.kr/view/25939)

본격적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문화에 대해서 얘기해보자.  첫번째는 ‘공유의 문화’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부실한  공유 문화는  많은  부작용의  원천이다. 여러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따른 장점은 여러가지다.  다양한 시각을 가진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프로젝트 리스크가 감소되는 건 물론 개발자는 자신이 해왔던 과거업무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반대로 공유문화가 부실한 회사는 왜곡된 의사결정으로 프로젝트 리스크가 커지고, 아키텍쳐나 제품은 뒤죽박죽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개발자는 자신이 과거부터 해온 일들에 발목이 잡혀 고참이 되도 유지보수에 바쁘고 신참에게 일 시키기도 어렵다. 본인 스스로 고급개발자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하겠다.

개발자가 수백명, 수천명인 회사나 개발자가 10명인 회사나 효율적인 공유없이 각자 일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개발자가 수천명인 회사내부에서는 팀이 수백개가 아니고 회사가 수백개 있는 것 같은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팀 내부 인원끼리는 서로 내용을 좀 아는데 다른 팀과는 공유가 매우 어렵다. 이를 개선하고자 개발 프로세스를 점점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문화와 균형을 이루지 않은 개발 프로세스는 형식적으로 작동해서 효율도 떨어지고 개발자들에게는 짐이 될 뿐이다.

 겉으로는 공유를 주장하면서도 속으로는 공유를 꺼리는 개발자가 은근히 많다. 개발 내부의 아키텍처 문제나 골치 아픈 이슈들을 숨기고 시한폭탄으로 놔두는 경우도 있고, 바쁘다는 핑계로 또는 다른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정보를 꼭 쥐고 있는 경우도 있다.

 전반적으로 공유문화가 부실하게 된 것은 현재 개발자들의 책임은 아니다. 원래 문화라는게 우리의 선조,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것을  따르면서 아주 약간씩 바뀌는 것이다. 개발문화도 그렇다. 지금까지 선배들이 그런 환경에서 그렇게 일해 왔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형성되었고 우리도 거기에 적응해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가 바뀌기 어려운 이유는 나 혼자 노력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공유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나 혼자 애를 쓰면 나만 두배로 손해를 본다. 이는 ‘죄수 딜레마’와 비슷하다.

두 명의 사건 용의자가 체포되어 서로 격리되어 심문을 받으면 서로 간의 의사소통은 불가능하다. 이들은 자백 여부에 따라 다음의 선택이 가능하며 용의자들은 이를 알고 있다.

둘 중 하나가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자백한 사람은 즉시 풀어주고 나머지 한 명이 10년을 복역해야 한다.
둘 모두 서로를 배신하여 죄를 자백하면 둘 모두 5년을 복역한다.
둘 모두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둘 모두 6개월을 복역한다.
 이 경우 서로를 믿고 협동하면 서로 이익이 되지만 대부분 서로 배신을 선택함으로써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공유문화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공유한다고 애를 써도 다른 사람이 공유를 하지 않으면 혼자 고생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서로 공유를 하지 않음으로써 서로 손해를 보는 결과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공유문화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노력하지 않고 효율적인 공유문화를 가질 수는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죄수딜레마’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공유문화를 만들어가기 어렵다. 일단은 습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를 하려면 매우 어렵고 혼자만 공유를 잘하면 개발에 있어서 자신에 대한 의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고민을 하기도 한다.

반대로 공유를 안하면 자신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지만 본인이 한 일에 발목이 잡혀서 성장이 어렵다. 여기까지 생각하는 개발자는 그리 많지 않다. 경영진이나 개발자나 모두 서로를 위해서 필요성을 깨닫고 제도적으로 의식적으로 오랫동안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일단 문화가 자리잡고 나면 의식하지 않아도 저절로 공유를 하게 된다.

그러면 이제부터 많은 사람들이 왜 노력을 해도 공유에 실패를 하는지 2% 차이는 무엇인지 알아보자.

 첫째,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적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말로 대화하면서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필자는 글로 적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믿고 있다. 말은 오해도 많고 매번 다른 사람에게 다시 설명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린다. 글로 써야 많은 사람에게 공유가 되고 리뷰가 가능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글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공유의 준비가 다 되어 있는 것이다.

대화는 가장 비싼 수단이며 휘발성이 강하다. 대화가 아니면 해결하기 어려운 꼭 필요할 때와 대화가 가장 효율적일 때만 사용해야 한다. 글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은 개발자는 무조건 장황하게 쓰거나 개발자만 아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또 외계인의 언어처럼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문장구조를 사용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글쓰는 것은 거부하기도 한다. 개발문서는 소설처럼 감동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잘만 훈련하면 개발자도 충분히 잘 쓸 수 있다. 신입 때부터 문서를 작성하는데 익숙해지면 된다. 그런 기회 없이 이미 고참이 되었다면 지금이라도 시작하면 된다. 깨닫는 것이 어렵지 지금이라도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하다.

 둘째, 과도한 프로세스는 오히려 독약이다.

 대기업에서 많이 벌어지는 일인데, 현재 역량이나 문화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과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도입해서 강요하곤 한다. 이런 경우 겉으로는 규칙을 지키고 비싼 시스템을 착실히 쓰는 것 같지만 속을 보면 형식적으로 따르고 흉내만 내서 효율은 오히려 더 떨어진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스스로의 역량이나 문화 수준을 과대평가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CTO의 부재도 한몫 한다. 실전 경험이 부족한 SW 프로세스팀은 밑져야 본전 식으로 프로세스를 복잡하게 만들고 많은 문서를 요구하곤 한다. SW 프로세스팀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많은 고충이 있다. 많은 문서 중에서 프로젝트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문서는 한두개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회사에서는 나머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한다. 이러다 보니 개발자들은 문서 따로 개발 따로 진행을 하고 문서는 개발에 별 도움도 안되고 공유의 목적으로도 의미가 없게 된다. 이런 식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프로세스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된다.

 해결책은 스스로의 역량과 문화 수준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걸맞는 시스템, 프로세스를 도입해야 한다. 역량에 비하여 프로세스가 단순한 것은 큰 문제가 안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더 비효율적이다. 지금처럼 과도한 프로세스를 계속 발전시키면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는 10배 비효율적으로 개발을 해야 한다. 결코 프로세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자.

 셋째, 개발자 보고 알아서 잘 해보라고 하면 안된다.

 풀뿌리식으로 개선이 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시스템과 프로세스도 필요하고 경영진의 의지와 후원이 절대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유문화를 이끌 리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CTO급의 인물이 있어서 흐지부지 되기 쉬운 공유 문화 개혁에 꾸준한 추진력을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역량 수준에 따라서 여러가지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슈관리시스템, 형상관리시스템, 코드리뷰도구, 위키, 지식관리시스템, 정보포털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모두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꼭 비싼 제품이 좋은 것은 아니다. 회사의 규모와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의 성격에 따라서도 적절한 시스템이 다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가장 효율적인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있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꾸기 위해서 노력도 해야 하고 공유에 익숙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효율적인 공유방법을 꾸준히 교육을 시키고 코칭을 해야 한다. 이는 매우 오래 걸리는 일이고 그래서 내부에 공유 문화 리더가 필요한 것이다.

 넷째, 나중에 몰아서 공유하면 실패한다.

 일기를 몰아서 쓰듯이 공유도 몰아서 하면 실패한다. 공유를 위해서 문서를 만들고 시스템에 기록을 하는 것이 목적이 되면 안된다. 이것들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과정이고 이렇게 개발을 해야 가장 빨리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문서를 만들고 공유를 하는 것이다.

공유를 위해서 숙제를 하듯이 정리를 해서 시스템에 지식을 올리고 공유하는 것보다 매 순간 필요한 것들을 즉시 등록하는 것이 좋다. 공유할 것, 물어 볼 것, 의논해야 할 것들을 일단 적당한 시스템에 올려 놓고 진행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과정이 공유가 된다. 즉, 공유는 개발의 과정이고 일부이지 산출물, 부산물들이 아니다.

공유를 위해서 산출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공유는 실패하고 산출물도 제대로 만들어 질리가 만무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문서는 나중에 유지보수 시에도 활용도가 뚝 떨어진다. 공유목적으로도 실패한 것이다. 개발과정이 자연스러운 공유의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모든 사람이 다 너무 바쁘면 안된다.

 모든 개발자가 호떡집에 불난 것 같이 바쁜 회사가 많다. 가끔은 신입 개발자는 한가하고 고참들이 더 바쁜 경우도 있다. 이런 회사는 대부분 공유에 실패한다. 불 끄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나머지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시니어 엔지니어가 될수록 시야도 넓어지고 생각도 많이 하고 여기저기 관여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바쁘면 안된다.

손이 바쁘면 뇌는 느려진다. 코딩하느라고 바쁜 신입 개발자는 많아도 큰 문제가 없지만 고참들은 창의적인 생각도 많이 하고 타부서의 프로젝트도 파악하고 회사의 비즈니스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참 개발자는 공유를 가장 많이 하기도 하고 공유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이 모든 정보를 다 알 수는 없다. 자신의 레벨에서 공유하고 알아야 할 정보가 다르다. 고참 개발자의 손이 한가해지려면 이전에 공유를 잘 해왔어야 한다. 즉, 공유의 선순환이 필요하다.

 여섯째, 보안보다 공유가 우선이다.

 소프트웨어는 설계도면이 핵심이 아니다. 구성원들의 지식 공동체가 핵심이며 문서, 시스템, 경험, 지식의 복합체가 소프트웨어 회사 기술의 실체이다. 대부분의 SW회사는 HW분야에서 설계도면 빼돌리 듯 기술을 빼돌릴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빈약한 공유문화 속에서 소수의 개발자가 거의 모든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종종 기술을 빼돌리는 일이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안을 아무리 강조해도 기술이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드물게 보안이 더 중요한 SW회사도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 보안에 대한 과도한 우려 때문에 공유를 너무 불편하게 하는 회사가 의외로 많다. 보안이 별 이슈도 아닌 회사도 공유에 거부감이 있는 직원의 주장에 넘어가서 공유를 포기한 회사도 많다. 훌륭한 오픈소스가 판치는 마당에 소프트웨어 회사에서는 숨길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특수한 분야의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모든 직원에게 모든 정보를 오픈해도 별 문제가 안된다. 보안을 과도하게 강조하여 공유에 제약을 가하기 시작하면 공유는 반쪽짜리가 되어서 효율은 엄청나게 떨어지게 된다.

 공유문화라는 것이 단어는 다들 잘 알고 있으면서 잘 안되는 대표적인 개발문화이다. 경험해보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자세히, 누구에게 공유하는데 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위 여섯가지 가이드도 실전 적용을 해보고 자세히 들어가보면 아리송한 부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시작을 해보자. 너무 큰 욕심은 경계하자.

회사에서는 꾸준히 투자를 해야 하며 처음에는 제도적으로 시작을 했다가 점점 습관화를 해 나가야 한다. 오래 걸리는 일이니 너무 근시안적으로 보지 말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2013년 7월 29일 월요일

‘한국의 저커버그’가 양성되기 위한 조건


교육기관이나 양성기관에서 배출할 수 있는 한계는 코더 또는 프로그래머이다. 굳이 정부 주도로 한국의 빌게이츠나 저커버그를 양성하지 않아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환경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머리 좋고 도전정신이 뛰어난 인재들이 뛰어들 것이고 그 중에서 빌게이츠나 저커버그 같은 사람도 탄생할 것이다.

이글은 제가 씨넷코리아에 게재한 칼럼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씨넷코리아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예전에는 한국의 빌 게이츠를 키워야 한다고 하더니 요즘은 스티브 잡스를 거쳐서 마크 저커버그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 주도의 한국판 저커버그 양성 프로젝트가 생기는가 하면 기업이 주도하는 시도들도 있다.  이런 시도들이 나쁜 것은 아니다.
프로그래머 인력을 키울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빌게이츠나 저커버그 같은 사람이 탄생하는 데는 별 도움이 안될 것 같다. 과연 특수한 교육기관이나 양성 기관에서 그런 인물을 양성할 수 있을까?
그럼 한국의 빌게이츠, 저커버그를 양성하기 위해서 그들이 어떤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물론 “인생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듯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빌 게이츠나 저커버그가 성공한 것은 아닐 것이다.
또한 그런 역량이 있는 사람이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환경이 있다면 우리나라도 빌게이츠 같은 사람을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필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가져야 하는 역량 또는 소양을 8가지로 구분하여 비교를 해보았다. 비교 대상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코더 또는 프로그래머, 경험이 많고 뛰어난 아키텍트 그리고 마지막으로 청년 시절의 빌 게이츠다.
비교 수치는 지극히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전체 맥락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니 수치의 정확성을 가지고 논하지는 말자.
각 항목은 뛰어난 개발자 또는 아키텍트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역량과도 상당히 비슷하니 개발자라면 관심을 가져보자. 그럼 각 항목을 살펴보자.

1. 창의력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새로운 생각을 해내고, 문제에 봉착했을 때 참신하고 뛰어난 해결책을 찾아가는 능력이다. 단시간의 교육으로 배울 수 없으며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도 창의력과 연관이 있다.
2. 논리력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한 역량이다. 수학 교육과 다양한 논리 교육으로 향상 될 수 있으며 선천적인 지능에 크게 좌우된다. 이를 향상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오랫동안 꾸준한 교육이 필요하다.
3. 커뮤니케이션 능력
일반 코더에게는 그렇게 높은 수준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요구되지 않지만 뛰어난 아키텍트가 되려면 상당히 중요한 능력이다. 대화능력, 듣기능력, 토론기술, 대인기술, 설득능력, 인내력 등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은 암기식 교육환경에서는 키워지기 어렵다.  어렸을 때부터 토론식 교육 환경이 필요하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린다.
4. 문서 작성 능력
가독성이 뛰어난 문서를 작성하는 기술이다. 일반적인 쓰기 능력, 정보 조직화 기술 등이 필요하며 일반 코더들이 가장 부족한 능력 중 하나이다. 십 수년의 학교 교육을 통해서 기초를 다져야 하며 실전 개발을 통해서도 오랫동안 단련해야 향상되는 능력이다.
5. 컴퓨터, 소프트웨어 지식
소프트웨어 동작원리, 자료구조, 알고리즘, 개발언어 등 개발의 기초 지식이다. 대학의 소프트웨어 관련학과에서 주로 가르치는 것이고 단시간에 기초를 닦을 수 있고 독학도 가능하며 실전 개발을 통해서 꾸준히 습득하는 지식이다. 단기적이고 집중적인 학습이 가능하다.
6. 코딩 능력
누구나 아는 코딩 파워다. 일반 코더의 능력을 구분하는 기준이며 그 능력차이는 코더마다 천지차이다. 다른 부분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교육의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프로그래머들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 능력이다.
7. 소프트웨어 공학 경험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공학적인 지식과 경험이다. 소프트웨어 분석, 설계, 소스코드관리, 이슈관리, 테스트, 프로세스, 툴, 개발문화 등 광범위한 영역의 경험이 필요하다. 학교에서는 배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며 제대로 된 개발환경에서 실전 개발을 통해 배워야 하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8. 도전정신
소프트웨어 개발자에게 꼭 필요한 역량은 아니지만 빌게이츠나 저커버그를 양성한다고 하면 필요한 정신이다. 타고난 유전자가 큰 영향을 미치며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단기적인 교육으로 향상하기는 어렵다.
이 중에서 교육기관이나 양성기관에서 단기적으로 키워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소프트웨어 지식이나 코딩 정도이다. 나머지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키워야 하거나 실전 개발을 통해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인위적이고 단기적인 교육으로 빌게이츠나 저커버그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인문학을 조금 더 가르치는 것도 새발의 피일 뿐이다.
교육기관이나 양성기관에서 배출할 수 있는 한계는 코더 또는 프로그래머이다. 굳이 정부 주도로 한국의 빌게이츠나 저커버그를 양성하지 않아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환경이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머리 좋고 도전정신이 뛰어난 인재들이 뛰어들 것이고 그 중에서 빌게이츠나 저커버그 같은 사람도 탄생할 것이다.
직업훈련소 같은 학원을 세울 것이 아니고 불합리한 소프트웨어 업계를 바로잡는 제도와 법률을 손보고 도전하는 청년 창업자를 지원하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건강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어야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고 소프트웨어 환경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2012년 11월 22일 목요일

전지전능한 슈퍼 개발자의 역설

필자는 여러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많은 개발자를 만난다. 그러면 보통 회사에 한두명씩 전지전능한 슈퍼 개발자가 있는 것을 보게 된다.

이들은 코딩, 설계, 분석, 테스트, 기획, 고객 전화응대, 고객 지원, 프로젝트 관리, 일반관리, 전략 수립 등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다. 직책은 대부분 팀장이다.

여러분의 회사에도 이런 개발자가 한두명씩은 있을 것이다. 이들이 여러분의 롤모델인가? “나도 그런 전지전능한 개발자가 되어야지”라는 다짐을 하는가? 아니면 혹시 여러분이 이런 전지전능한 개발자인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개발자가 One man company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개발자가 수백명이 넘는 회사에서도 드물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런 회사에서는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이 모든 기술적인 이슈도 이 전지전능한 개발자를 통해야 해결이 된다. 이 전지전능한 개발자가 모든 기술과 정보를 꽤 뚫고 있어서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해결해주고 회사는 그럭저럭 굴러간다. 이 개발자가 나가면 회사는 망할 것만 같다.

이런 현상이 좋아보이는 사람도 있을지 몰라도 회사는 인력적으로 큰 리스크를 안고 있는 것이고 뛰어난 개발자를 가장 가치 있는 일에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전지전능한 개발자는 본인이 선택을 해서 그런 위치가 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성장과정에서 적당한 때 조직을 전문화하고 변화를 꾀했어야 하는데 그냥 달려만 오다보니 능력이 좋은 개발자가 이거 저거 다 떠 안게 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다. 좀더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했다면 본인 역량 면으로도, 미래 가치면으로도 훨씬 좋은 결과를 가져왔겠지만, 지금은 회사의 맥가이버가 된 상황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다른 회사로 가면 지금의 가치는 대부분 사라지고 만다. 개발자 본인에게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어떤 사람도 서로 완전히 다른 Skill set들을 필요로 하는 일들을 동시에 다 잘 수행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주 작은 회사에서나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일을 다하는 전지전능한 개발자는 그 모든 업무를 다 잘 못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모든 일을 잘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일은 주 업무인 개발을 할 시간이 확 줄어 든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이들은 예전에는 뛰어난 개발자였다. 하지만, 개발 이외 일들을 하나씩 떠 맡으면서 각 분야의 일들의 전문성이 점점 떨어지게 됐다. 그리고 각 일의 Switching cost가 만만치가 않다. 톰 디마르코는 몰입에는 15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화한번만 받아도 15분은 그냥 추가로 까먹는거다.

심지어는 그런 개발자에게 테스트, 고객 응대, 기술 지원까지 하라는 것은 100원주고 20원짜리 일을 시키는 것과 같다. 비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기획 같은 일은 전문성이 부족하여 제대로 수행하지도 못한다.

이런 슈퍼 개발자는 다른 소프트웨어 회사에 가면 가치가 확 떨어진다. 분야가 달라지면 Domain Knowledge 관련 경쟁력을 잃고, 개발 실력도 경력에 걸맞지 않게 떨어지고 어느 것 하나 특출난게 없게 된다. 관리자가 되어야 하나 고민이 많다. 그래서 회사에 꼭 붙어 있으려고 하고, 정치를 하면서 세력을 키우고, 회사의 개혁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골치덩어리 영웅이 되는 경우도 있다.

회사는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커져서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이들이 등돌리면 회사는 휘청거린다.

이것이 개발자 탓일까? 아니면 회사 탓일까? 회사 탓이다. 회사는 개발자가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훈련도 시켜줘야한다. 그런데 개발자가 맨땅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고, 회사에서는 이를 방치하다보니 이렇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영자들은 개발자가 잘 하니 그냥 그렇게 개발자가 다 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개발자가 개발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항상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 회사가 아주 작아서 어쩔 수 없이 개발자가 여러가지 일을 겸해서 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회사가 조금만 커져도 개발자의 일에서 개발업무가 아닌 일을 떼어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조직이 조금 커지면 테스터를 뽑고, 기술지원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다.

개발자 10명이 이거 저거 모든 일을 다하는 것보다. 개발자 7명에 테스터2명, 기술지원 인력 1명인 조직이 더 낫다. 개발자가 개발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개발자 10명이서 하는 일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물론 조직과 더불어 프로세스, 기반시스템, 개발문화도 뒷받침이 되어야 하지만 이는 기본으로 생각하자.

이렇게 조직이 분리되고 개발자가 개발에 전념을 할 수 있어야 개발이 좀더 체계적으로 진행된다. 다른 조직의 인력과 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문서도 만들어야 하고 프로세스도 자연스럽게 필요하게 된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기반시스템도 잘 활용하게 된다.

조직이 더 커지면 분리해야 하는 역할이 점점 많아진다. 즉 조직이 세분화 된다. 이는 회사 규모에 따라서 다르니 이 일이 개발자가 해야 하는 일인지 잘 생각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여기서 개발자의 업무를 모두 나열할 수는 없지만 회사에서 개발자가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개발자가 잘 해낸다고 그냥 방치하면 안된다. 개발자는 개발을 잘할 때 회사의 보물이 되는 것이다. 다른 일들은 여건이 되는 대로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도록 하자.

이 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2년 10월 18일 목요일

스타트업을 위한 조직론

스타트업의 젊은 경영자 중에는 관리 경험이 부족하여 조직관리에 취약한 사람이 많다. 반대로 관리 경험이 많거나 특히 조직관리가 아주 철저한 대기업 출신들은 종종 스타트업에 걸맞지 않은 부담스런 관리 기법을 적용하여 효율성을 떨어뜨리곤 한다.
그럼 스타트업은 어떤 조직관리가 적합할까?
일반 기업에 적합한 조직관리 기법은 소프트웨어 회사와 맞지 않는다. 특히 작은 조직에는 적합하지 않다. 반대로 취미생활 하듯 조직을 관리하면 평생 구멍가게를 못 벗어난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비즈니스가 잘되면 조직은 커지고 회사가 급속도로 비효율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비즈니스는 잘 되는데 이런 문제로 어려워진 회사를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조직도 마찬가지지만 효율적인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는 특히 스타트업이라면 외형적인 조직관리는 Zero에 가까워야 한다. 대신에 몇 가지 필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 기반시스템 활용

소프트웨어 회사에 필수적인 기반 시스템 두 가지는 SCM(소스코드관리시스템)과 ITS(이슈트랙시스템 또는 버그관리시스템)이다. 추가로 Wiki를 쓰기도 한다. 일반관리를 제외한 거의 모든 관리 부담은 기반시스템이 다 흡수를 한다.
이를 통해 별도 지시, 보고서 작성, 보고에 들어가는 품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잘만 활용하면 10분의 1까지 줄일 수 있다. One-man 컴퍼니라면 시스템 대신 공책이나 엑셀을 쓰기도 하는데 회사가 커지면 문제가 된다. 혼자 일해도 기반시스템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시스템을 구축하는 비용과 관리부담을 걱정하곤 하는데 호스팅을 이용하면 된다.
Atlassian에서는 이슈트랙시스템인 Jira를 10명까지는 한 달에 만원이면 이용할 수 있다. Git나 Murcurial을 5명까지는 무료로 10명이면 한 달에 만원으로 무제한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Wiki도 마찬가지다. Github를 이용할 수도 있다. 여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 다시 다루겠다.
회사가 웬만큼 성장할 때까지는 이런 저렴한 호스팅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추후에 Migration도 문제없다. 보안문제를 걱정하곤 하는데 이는 기우이다.

둘째 문서다.

흔히 혼자서 또는 2,3명이 개발을 하면 문서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문서를 잘 작성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작성해본 경험이 없거나 작성하기 싫어서 대는 핑계일 뿐이다. 문서를 작성하면서 개발을 하는 것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작성해야 한다. 스펙을 작성할 때도 정말 간단하게 적을 수도 있고 Unit test가 일부를 대신하기도 하고 설계는 종이에 해도 된다. 또한 상당부분을 기반시스템이 보완하므로 정작 필요한 문서 양은 많지 않다. 조직이 적다고 변변한 문서도 없이 개발을 한다면 그 자체로 비효율적이고 조직이 커질수록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커뮤니케이션 오류로 인한 재작업 비용이 크게 증가한다.

셋째 역할구분이다.

스타트업에서는 개발자 한 명이 많은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 기획, 분석/설계, 구현, 테스트, 디자인(종종), 기술영업, 기술지원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한다. 그렇게 준비 없이 회사가 성장하면 개발자 인원수는 몇십배로 늘었는데 하는 일을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디자인과 테스트를 분리하기도 하지만 제대로 분리가 안되고 나머지 일들은 그대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개발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정의를 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많은 경영자들은 이 모든 일들이 개발자가 원래 해야 할 일이라고 착각한다. 이를 방지하려면 조직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혼자 일을 해도 기획, 개발, 테스트를 구분해서 일해야 한다. 필요한 문서도 만들어야 한다. 혼자 일해도 그렇게 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러다가 회사가 커지면 개발자만 N배로 늘리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비율로 전문적인 역할을 분리하고 프로세스를 만들어나가면 된다. 전문적인 조직으로 분리하는 순서와 비율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보통의 순서는 테스트, UI디자인, 마케팅, 기술지원, 기술영업 등이다.
혼자 일해도 역할이 잘 구분되면 부족한 부분을 외주로 돌릴 수도 있다. 한두명이 일한다고 역할을 섞어서 일하면 다른 사람이 효과적으로 도와주기도 어려워진다.

지금까지 얘기한 방식은 스타트업에도 해당하지만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처음부터 이런 조직관리를 준비해야 회사가 커져도 효율성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일반적인 회사는 인원이 20명, 50명, 100명, 300명을 넘어갈 때 큰 위기를 한번씩 맞는다.
관리 패러다임이 바뀌고 이때마다 여러 가지 관리기법을 추가한다. 이러한 방법은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잘 적용되지 않는다. 오히려 일반적인 회사의 관리 패러다임을 소프트웨어 회사에 적용하면 효율이 더 떨어진다.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소프트웨어 회사에 알맞은 관리가 필요하다.

이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