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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9월 15일 토요일

Agile이 우리 회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용어는 사용하기가 상당히 꺼려진다.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용어를 듣는 사람들이 많은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듣는 순간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소프트웨어 공학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 스스로 소프트웨어 공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골라보자. 소프트웨어 공학이란?

1. 소프트웨어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2. 고객이 만족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이다.
3. 소프트웨어를 여러 사람이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4. 유지보수가 용이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5. 프로세스를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6. 품질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7. 성능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8. 야근을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9.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여간 헷갈리는 것이 아니다. 정답은 9번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소프트웨어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아 놓은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자고 하는 것은 Agile이 아닌가?

옛날에는 소프트웨어를 늦게 개발했는데 Agile이라는 것이 나와서 그때부터 빨리 개발해야 하겠구나 해서 빨리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Agile 이전 몇십년 전부터 소프트웨어를 빨리 개발하는 방법에 집중 되어 왔었다. 즉 Agile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Agile하게 개발을 해왔는데 용어를 만들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고 상품화를 한 측면이 있다. Agile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기법들도 대부분 그 훨씬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유사한 것 중에 UML이 있다. UML 탄생 이전에도 UML의 내용은 거의 다 있었지만 UML은 이들을 모으고 종합해서 상품화를 한 것이다. UML이 기여한 것은 툴을 제공하고 기법의 표준을 정리했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설계는 UML로 하는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해서 오히려 소프트웨어 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경향이 있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는 특정 기법이나 방법론을 써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지 않다. 기법은 회사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알맞은 것을 취사선택 하면 된다.

가끔은 Waterfall과 비교를 하면서 Waterfall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는데 실제 Waterfall을 적용하여 개발하는 곳은 하나의 없다. 개발할 수도 없는데 비교를 하는 것이다. Waterfall은 99.9% 기업에서 적용은 못하지만 여러 방법론 또는 라이프사이클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도 Waterfall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0.001%도 되지 않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역량도 대부분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즉,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 방법론만 적용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은 소프트웨어 공학의 일부분일 뿐이다. 소프트웨어를 빨리 개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는 방법론 이외에도 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 유지보수, 형상관리, 프로세스, 툴, 품질 등 많다.

특히 분석 즉, “스펙 작성”은 기법 좀 배워서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많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스펙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고 하는데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문제를 깨닫고 Agile 등 새로운 것에 희망을 걸고 시도를 해본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성과는 어땠는가? Agile 등의 세미나를 많이 쫓아 다니면서 들어서 정말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문제가 사라졌고 소프트웨어가 빨리 개발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렇지 않다면 그 동안 Silver bullet을 쫓아다닌 것이다.

Silver bullet이란 늑대인간을 한번에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전설로 내려오는 탄환이다. 소프트웨어도 많은 사람들이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설의 탄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개발 경력이 몇 년 안된 개발자는 잘 모르겠지만 경력이 20년이 넘은 개발자들은 Silver bullet의 역사를 잘 알 것이다. 20여 년 전에는 OOP가 소프트웨어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뒤 CBD, XP가 지금은 Agile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 모두가 전혀 잘못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너무 맹목적으로 믿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 ZDNet Korea에 기고한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의 함정"이란 글도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Silver bullet 열풍이 더 거셌다. 이미 소프트웨어 공학과 개발문화가 정착된 소프트웨어 선진국에서는 필요한 것들을 쉽게 적당히 접목했는데 항상 목마른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냥 다 해결 해 줄 것 같이 매달려오기를 벌써 20년이 넘었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또 새로운 방법론이나 기법을 가지고 이러고 있어서는 안된다. 기법이나 방법론이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적용하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배울 수가 없다. 경험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방법론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을까? 배우는 것이 의미는 있다. 하지만 얻는 것은 크지 않다. 1%을 배운다면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서 오랜 경험과 합쳐져야 100%가 된다. 방법론 전문가는 1%는 가르쳐 줄 수 있지만 100%는 본인은 실전 경험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알지도 못한다. 물론 그 1%가 없으면 방향을 못잡고 100%에 영원히 이르지 못할 수가 있다.

방법론이나 기법 전문가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니고 우리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전문가이다. 방법론 전문가는 결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은 실전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실전 프로젝트를 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치는 것은 초보인데 이론과 방법은 전문가인 사람이 피아니스트를 교육 시키거나 세미나에서 가르치는 격이다. 모르던 이론과 방법을 한번 듣는 정도의 의미가 있지 그 이상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또한 배운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리를 깨닫고 스스로 알맞게 적용해야 한다. 방법론 전문가는 방향과 기법을 알려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여러분들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방법론 전문가에게 해답을 구하다가는 "주화입마"를 입을 수 있다. 원리보다 이론이나 기법을 쫓다가 마를 입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Silver bullet을 쫓지 말고 근본 원리를 깨닫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기법은 익히되 기법이 해결해 줄 것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인식을 바꾸고 개발 문화를 정착 시키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법론 전문가에게는 그런 관점으로 방법론을 배우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다. 보통은 선배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 전문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사 내부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부족하니 외부에서 자꾸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방법론 전문가를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착각해서 너무 큰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찾던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많은 회사로 옮기던지, 스스로 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만남

나는 책과 블로그을 통해서 수많은 독자를 만난다.

그 중의 몇명은 Email이나 Facebook을 통해 교류를 하고 소수는 Offline에 만난다.
어제 블로그의 독자 한명을 만나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Offline에서는 Online이나 책을 통해서 전달할 수 없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일반론이 아니고 현재 닥친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때문에 좀더 도움이 되는 대화가 오간다.
독자를 만나면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나도 많이 배운다. 수많은 도메인 지식에 대해서 배우고 각 회사들의 사례를 익힌다.

내가 책을 쓰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주된 목적은 독자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여 좀더 좋은 개발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좋은 개발환경에서 뛰어난 선배들이 많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회사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솔직히 말해서 찾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그렇 좋은 환경에서는 2~3년만 일해도 개발 문화, 프로세스 등등 왠만한 것은 다 습득 가능하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회사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회사가 더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항상 갈증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세미나를 통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익히는 것인데 대부분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주 느리게 익히거나 포기를 한다.

독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고객이 전문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환경의 문제점 중 하나가 고객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 SI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인 공공기관의 담당자가 SI회사의 개발자들보다 업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무원들은 몇년만다 한번씩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빠삭하게 알지 못하고 SI회사에 많이 의지하게 된다. SI회사에서는 해당 분야의 업무만 오랫동안 개발해온 개발자들이 있어서 현업 담당자보다 더 잘 알곤 한다. 외국의 경우 몇십년씩 한자리에서 공무원이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공공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SI회사가 많이 주도를 한다. 심지어는 발주처에서 해야 할 일도 다 SI회사가 해주곤 한다. 어떻게 보면 SI회사에 좋기도 하지만 문제도 많다. 요구사항 분석 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아 나중에 요구사항이 많이 바뀌기가 일쑤이고 그로 인해서 프로젝트에서 손해도 많이 난다.

비단 공공분야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소프트웨어 외주를 줄 때 해당 기업에서 충분히 분석, 설계 역량이 있고 스펙을 제대로 작성해서 외주를 주곤한다. 즉, 직접 개발할 역량도 충분히 있는데 비용이나 시간 상 외주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외주를 주는 형태를 보면 고객이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외주를 주고 개발 업체가 이거저거 정말 알아서 다 해줘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계약도 불분명하고 다툼도 많다. 법정까지 가는 다툼도 많이 발생하지만 엉성한 계약서를 가지고 누구의 자잘못인지 따지기도 어렵다.

개발업체에서 스펙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 고객 인터뷰를 하고 요구사항 분석을 해도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정확한 인터뷰 대상 선정도 쉽지 않다. 업체에서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해서 스펙을 작성해도 고객이 스펙을 충분히 검토해서 확인을 해주는 일도 드물다. 

일단 고객이 스펙을 충분히 잘 검토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펙을 봐도 잘 모르기 때문에 잘 보지 않으려고 한다. 또, 개발해 놓으면 언제든지 바꿔달라고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을 해서 개발 전에 스펙을 잘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스펙을 잘 검토해서 확인을 해주면 나중에 바꿔달라고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비전문가적인 고객들은 개발업체를 엄청 괴롭히지만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아키텍처의 소프트웨어가 나오기 어렵다. 개발업체도 제대로 개발하고 싶겠지만 그냥 어떻게 검수만 나도 된다는 식으로 개발하기 쉽다. 서로에게 모두 손해가 되는 것이다.

외주, 즉 아웃소싱이 제대로 되려면 고객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2012년 9월 6일 목요일

회의록 작성 문화를 보면...

회의를 하면서 회의록을 작성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매우 많다. 회의록을 아예 작성하지 않는 회사도 있고, 작성을 해도 전혀 뒷처리가 안되는 회사도 있다.

회의는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며 중요한 결정을 하고 부서간의 의견을 조정하고 업무를 나누고 서로 협업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런데 회의는 회의대로 진행하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반쪽 짜리 회의가 된다. 하지만 많은 회사들이 아직 회의 문화와 회의록 작성 문화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아래 회의록에 관련된 질문 중에 우리 회사는 어디쯤 와 있을까? 

  • 회의록은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 그냥 알아서 처리한다.
  • 회의 참석자 중에 우연히 꼼꼼한 사람이 있으면 작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대분 작성하지 않는다.
  • 회의 시작전에 회의록 작성자를 꼭 지정하여 회의록을 작성한다.
  • 회의록을 녹취록처럼 작성한다. 
  • 회의록에는 회의에서 논의된 주요한 내용을 기록하고 결정사항, Action Item을 별도로 정리한다.
  • 회의록에 결정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언제까지 누가 해야 하는지 적지는 않는다.
  • Action item은 누가 언제까지 해야하는지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 회의가 끝난 후 결정사항과 Action item을 참석자들에게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 회의록은 회의 종류 후 바로 보내지 않고 별도로 정리해서 다음날 또는 그후에 보낸다.
  • 회의록은 회의 참석자들에게만 Email로 배포한다.
  • 회의록을 회의 참석자 외에도 관련자 모두에게 배포한다.
  • 회의록의 Action item은 별로도 챙기지 않는다. 담당자가 알아서 진행한다.
  • 회의록은 시스템에 저장이 되어서 철저하게 추적하고 챙긴다.

질문은 이것 저것 섞여 있지만 그 속에 어느 정도 힌트가 있다.

회의록에는 결정사항, Action item이 담당자와 due date까지 포함해서 적혀야 하며 회의가 끝나자마자 관련자 모두에게 배포를 해야하며 Action item은 잘 추적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 그냥 Email로 배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이슈관리시스템을 쓰는 것도 좋다.

일단 이슈관리시스템에 등록이 되면 보통 전직원에게 공유가 되고 Action item은 하나씩 sub-task나 이슈의 형태로 등록을 해 놓으면 철저하게 추적이되고 누락되는 일이 없다. 대충 처리하지 않고 뭉개고 싶은 일들도 이슈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일이 된다. 이슈관리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은 회의록을 잘 활용하기 위한 하나의 Tip이고 중요한 것은 회의와 회의록 문화이다.

이는 다른 개발 문화들보다 좀더 쉽게 정착할 수 있는 일이니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시도를 해보자.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유지보수의 거미줄에 걸린 고참들

고참은 유지보수를 하고 신참들이 신제품을 개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고참들이 경험도 많고 신제품을 만드는데 더 적임이지만 그럴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기존 제품의 유지보수에서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것이 그 한 이유이다. 간단한 업그레이드가 아니고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이유도 기존 제품이 유지보수가 너무 복잡하고 기능을 추가하거나 수정하기에 아키텍처가 더이상 감당이 안되기 때문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 제품의 유지보수는 당장 회사의 생존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신제품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고참들이 버텨줘야 한다. 문제는 자칫하면 신제품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못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고참들이 유지보수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유지보수 문서의 부실이다.

고참들은 수시로 기존 제품의 유지보수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갖 인수인계 노력을 한다. 하지만 쉽지 않고 성공적인 인수인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수인계를 위해서 작심을 하고 유지보수에 관련된 모든 내용을 문서화하고 교육도 한다. 하지만 후배들은 그 문서를 보고 유지보수를 잘 해내지 못한다.

개발할 때 개발을 위해서 작성한 문서가 아니고 차후에 유지보수를 위해서 만드는 문서는 제대로 작성하기가 어렵다. 수많은 내용이 빠져도 알아챌 수가 없고 정성껏 작성하기도 어렵다. 문서는 개발 중에 그 때가 아니면 다시 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미 그 때를 놓쳤기 때문에 유지보수를 위한 제대로 된 문서를 다시 만들어 내기란 몇배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둘째, History의 부재이다.

또, 그동안 유지보수 History가 잘 기록되어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지보수 인수인계가 어려워진다. Mantis, Jira, Redmine 등의 이슈관리시스템에 유지보수를 포함한 모든 개발 History가 기록되어야 한다. 이슈관리시스템을 쓴다고 해도 100%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 소스코드를 한줄이라도 고친 내용은 모두 이슈관리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셋째, 복잡한 Architecture이다.

첫번째 버전에서 시장의 요구에 따라서 기능이 덕지덕지 붙다보면 어쩔 수 없이 컴포넌트의 구분도 없고 인터페이스가 보통 복잡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유지보수를 해온 개발자가 아니면 이를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렵다. 그러다보니  고참이 계속 유지보수를 하는 것이다.

이 또한 처음 개발 당시부터 미래의 비즈니스 전략을 고려하여 컴포넌트를 잘 나누어서 깨끗하게 개발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유지보수를 위한 문서를 잘 작성하여도 어려운 상황이 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다보면 기존에 열심히 일하던 고참들도 즐겁게 일하지 못하고 보람도 떨어지면서 이탈이 많이 일어난다. 

가끔은 이렇게 소수의 핵심인력에 회사가 전적으로 의지하는 시스템을 본인들이 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나중에 본인들의 발목도 잡고 회사의 큰 리스크가 된다.

해결책은 원인의 반대이다.

개발 당시 스펙/설계 문서를 제대로 작성하고 컴포넌트를 잘 나눠서 개발을 하고 소스코드관리시스템과 이슈관리시스템을 사용해서 모든 기록을 남기고 투명하게 개발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유지보수 단계가 아니라 구현단계에서도 다른 사람들이 얼마든지 도와줄 수 있고 분석이나 설계만 하고 빠져나와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도 있다.

내가 지금 퇴사를 하면 회사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생각해보자. 당장 지금 진행 중인 프로젝트나 유지보수가 문제 없이 진행이 되면 회사에 가장 필요한 인재이다. 그렇지 않고 당장 큰 문제가 되면 당장은 꼭 필요하지만 동시에 회사의 리스크이므로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8월 20일 월요일

내인생 최고의 멘토를 만나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또, 컨설팅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해보자고 블로그를 시작한지가 벌써 4년이 되었다. 3천명이 넘는 구독자와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 주셨다. 최근에는 Tech it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해서 좀더 많은 분들이 글을 읽게 되었다. 

내 글을 읽는 분들의 반응은 무척 다양하다. 꾸준히 읽고 호응하는 댓글을 계속 남기시는 분들 중에는 기억에 남는 분도 많다. 댓글은 없어도 꾸준히 읽고 계신 분들도 있고 물론 호응하지 않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가끔은 반대의견을 제시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 모든 분들이 소중하지만 가끔은 제 글에 대해 "컨설턴트의 말빨이다.", "현실을 모른다", "실제 개발 경험은 있는 것일까?"라는 종류의 의구심을 가진 분들이 있다. 내 글들이 워낙 직설적이라서 가끔은 오해와 충돌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어느 누구도 모든 사람을 이해시킬 수는 없지만 오늘은 나에 대해서 조금 설명해보고자 한다. 나에 대한 이해가 내 글을 약간이나마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나는 여러분들과 같은 대한민국 개발자이다. 블로그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해봤고 문제점도 직접 다 겪어본 개발자다. 대한민국 보통의 개발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18년 전 첫직장은 운좋게 그당시 우리나라 최고의 Software회사였던 한글과컴퓨터였다.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고의 개발자들과 같이 일했고, 나또한 코딩을 정말 잘했다. 그때 Daily build라는 것도 배우고 소스코드관리 등 소프트웨어 회사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을 잘 배웠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최고의 개발자들과 같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행운이었다.

그리고 스타트업컴퍼니에서 일해도 보고 직접 회사도 해보면서 내 블로그에서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것의 대부분은 해본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개발자들이 왜 그런 문제점에 빠져드는지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당시도 나름대로 기반시스템이나 스펙, 설계 등에 노력을 했지만 항상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와 같았다. 인터넷을 뒤지고 책을 봐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안철수연구소에 입사하고 그당시 CTO로 계시던 김익환 부사장님을 만나면서 나의 개발자로서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김익환 부사장님은 미국 스탠포드에서 소프트웨어를 공부하고 20년간 GE,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등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셨다. 그래서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수수께끼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안철수연구소의 동료 개발자들과 같이 실리콘밸리의 개발문화도 배우고, 스펙/설계 작성하는 방법도 배우고 개발 프로세스도 제대로 배워 나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그때 안철수연구소를 가지 않았더라면 대부분의 개발자들과 같이 지금도 수많은 문제를 안고 비효율적으로 힘들게 개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도 김익환 사장님(현재)과 10년째 같이 일하면서 계속 배우고 어제와 또 다른 내가 되어가고 있다.

나는 현재 컨설턴트이지만 지금도 개발을 계속 하고 있는 실전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내 글들의 대부분은 나의 개발과 컨설팅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고 또 상당분분은 김익환사장님의 말씀에서 영감을 얻어서 작성한다. 그냥 말만 앞세운 공허한 소리는 아니다.

블로그의 글들이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글만 보고 배울 수는 없다. 문제를 인식할 수는 있지만 방법을 알수는 없다는 얘기이다. 내가 최고의 멘토를 만났듯이 여러분들도 좋은 멘토를 만나기를 바란다. 결코 혼자서는 제대로 배울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여러분들의 멘토가 될 수 있다면 정말 기쁜일일 것이다. 그것이 블로그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다. 주변에 멘토가 없다면 찾아 나서야 한다.

블로그에 댓글로 독자들과 약간의 소통을 하지만 나에게 직접 메일을 보내도 언제든지 환영한다. 블로그 글을 읽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은 블로그 상단에 메일보내기 버튼을 눌러서 내게 메일을 보내면 된다. ^^

2012년 8월 15일 수요일

7명이 할 수 있는 일을 70명이 하고 있는 이유

최근에 한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Y사, 가칭)의 한국 지사 관계자에게 들은 이야기이다.
비단 Y사 얘기만은 아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의 한국지사에서 종종 벌이지는 일이다.

Y사의 본사에서는 처음에 한국지사를 만들었을 때 한국에서도 미국의 개발 프로세스를 따를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채용된 개발자들은 미국의 개발 프로세스는 너무 무겁다고 한국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주장을 했다. 그리고는 미국의 개발 주문에 대해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해결을 해나가기 시작했고, 미국 본사는 이런 경이로운 결과를 보고는 한국식 개발을 묵인할 수 밖에 없었다.

그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미국 본사의 개발 프로세스를 착실히 따른 호주 지사와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똑같은 일을 호주 지사에서는 7명이 처리를 하고 있고 한국 지사에서는 70명이 야근까지 해야 간신히 처리를 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된 이유가 분석/설계도 없이 빨리빨리 개발을 하다보니 아키텍처가 엉망이고 개발자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내용을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고 한다. 뭐 하나 고치려고 해도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한다.

전해 들은 얘기라서 과장이 있다고 해도 문제가 심각하고 이미 많이 망쳐 놓은 것은 사실이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라고 하더라도 한국에 와서 착각하는 것들이 있다. 놀라운 속도를 보여주는 한국식 개발방식을 신기해 하지만 그 문제점을 피부로 심각하게 알지 못한다.  스펙도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분석/설계/구현을 섞어서 빠르게 개발하는 것이 신기해 하지만 얼마나 큰 문제가 있는지 실리콘밸리 회사들도 잘 모른다. 그런 식으로 개발해 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가 본사의 개발 프로세스를 강제화 한다고 잘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잔뼈가 굵은 개발자들은 몸에 밴 개발 방식 때문에 적응하기가 매우 어렵다. 차라리 신입사원들을 뽑아서 교육시키면서 개발을 하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른다.

이는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 내부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의 개발 프로세스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소프트웨어 회사에는 바로 적용이 안된다. 대부분은 무리한 시도이고 실패한다.

변화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씩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

2012년 8월 6일 월요일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나아갈 길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경력이 제대로 보장 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회사, 사회, 문화의 문제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발자 된 입장에서 회사가 바뀌고 사회가 바뀌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처럼 누가 먼저인지 알기 어렵다. 어느 한쪽이 먼저 깨끗하게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전체가 해결되지만 그걸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경영자도 회사가 살아남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바뀌어야 하지만 개발자도 뭔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주변에 좋은 롤모델이 없는 개발자들은 자신의 개발자로서의 경력을 보장 받고 더 뛰어난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내기가 정말 어렵다. 그냥 상황이 주어진 대로 열심히 할 뿐이다. 그러다 보면 정치적으로 밀리고 실력에서도 뒤쳐져서 최악의 상황이 되곤 한다. 단지 열심히 밤새워 일했을 뿐이데 결과는 그리 좋지 않고 미래는 더움 암울하다.

그렇다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개발자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물론,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종류가 너무 많고 OS Kernel 개발자 등 특수분야의 개발자들은 특성이 매우 독특해서 여기에 해당이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발자에게는 해당하는 얘기일 것이다.

첫째, 관리와 개발 일을 분리하라.

관리자가 될 것이 아니라면 관리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개발자 경력에 별 도움이 안된다. 하지만 회사의 사정상 싫어도 관리 일을 떠맡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에도 본인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개발과 관리 일을 섞어서 하지 말고 구분해야 한다. 즉,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중에서 어떤 일이 관리고 어떤 일이 개발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물론 모호한 경우도 있다. 여기서 개발이 주업이고 관리는 부업임을 명확히 해야 하고, 언제든지 관리 일은 버릴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

경영자에게도 개발자가 관리일 때문에 부담이 되고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려라. 많은 경영자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자주 세뇌를 시켜야 한다. 그럼으로써 관리 일은 점점 최소화를 시켜나가야 한다.

보고서 작성, 경영회의 참석, 팀원 관리, 일정관리, 고객 접점 업무 등은 거의 관리 일이므로 최소화 노력을 해야 한다.

둘째, 경력과 수준에 맞는 일을 해라.

경력이 많아지면 그게 걸맞는 수준의 일들을 해야 한다. 경력이 늘어가도 똑같은 일을 그저 더 빠르고 능숙하게 하고 있다면 밥값을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태라면 개발자 경력을 오래 보장 받기는 어렵다. 결국 도태될 것이다.

경력이 늘어갈수록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은 후배에게 물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는 설계, 분석 업무의 비중을 높이고 회사의 기술 전략에 신경을 써야 한다. 경력이 더욱 늘어갈수록 자신의 팀 뿐만 아니라 타팀, 더 나아가서 회사 전체의 프로젝트에 기여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문서화는 필수다. 개발 내용이 문서로 적혀 있어야 서로 리뷰가 가능하고 타팀의 프로젝트도 검토를 해서 나의 전문지식을 불어 넣을 수가 있다. 물론 내 프로젝트도 문서화를 해야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서화 되지 않은 내용은 뇌를 꺼내서 리뷰할 수는 없다. 아무리 빨리 개발한다고 해도 리뷰 없이 개발되는 프로젝트는 주먹구구로 개발이 되는 것이고 아주 작은 프로젝트이거나 아주 재수가 좋은 경우를 빼고는 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주먹구구식 개발은 대부분 첫번째 프로젝트부터 더 오래 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비효율적으로 된다.

그런 주먹구구 환경에서는 개발자가 경력에 맞는 수준의 일을 할 수 없다.

셋째, 권력욕을 버려라.

상황에 따라서 매우 어려울 수 있다. 특히 대기업인 경우 더욱 그렇다. 조직에서 권력을 얻어야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면 이를 뿌리치기는 어렵다. 이런 경우는 차라리 개발자로서의 경력은 포기하는 것이 나은 판단일지도 모른다. 개발자로서 계속 나아가겠다고 결심을 했다면 어쨌든 권력욕은 버려야 한다. 권력을 얻기 위한 거의 모든 행동은 개발 일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 방해만 될 뿐이다.

개발자는 권력보다는 뛰어난 기술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파워를 가져야 한다. 물론 조직 문화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권력을 쫓아서는 개발자의 길과는 멀어질 것이다.

넷째, 끊임 없이 코딩하라.

개발자는 30년을 일해도 감독, 코치가 아니라 선수다. 코딩에서 손을 놓으면 급속도로 개발자의 길과 멀어진다. 주변을 보면 관리나 좀 하고 코딩은 전혀 안하면서 여기저기 감 놔라 대추 놔라 훈수를 두는 무늬만 개발자가 매우 많다. 이들은 개발자가 아니고 개발자였을 때 쌓아 놓은 지식의 약발도 별로 오래 가지 않는다.

물론 경력이 늘어 갈수록 코딩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코딩은 계속 해야 한다.

다섯째, 새로운 기술을 익혀라.

개발자라면 좋아하는 기술 몇 가지만 평생 써먹기 어렵다. 꾸준히 새로운 기술을 익혀야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따라잡기는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다른데 신경 쓸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고 모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기술은 용어 정도만 익히기 위해서 10분 정도 투자를 하고, 어떤 기술은 1시간 정도 투자를 해서 뭔지 돌려봐야 하는 것도 있다. 또 어떤 기술은 하루를 투자해서 샘플을 만들어 봐야 하는 기술도 있다. 이를 잘 구분해서 적절하게 시간 투자를 해야 한다. 모든 기술을 다 마스터 할 필요는 없다. 나중에 필요할 때 언제든지 생각이 나게 하면 된다.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더 익히면 된다.

오랫동안 써왔던 기술만 고집하면 한계에 다다른다.

여섯째, 소프트웨어 개발 전문가로 포지셔닝을 하라.

본인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라. 경영자가 본인을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믿도록 하라. 경영자가 기술 전략을 같이 의논하게 하고 기술 관련된 정책을 제대로 수립할 수 있도록 보좌하라. 만능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효과적이지도 않고 신뢰도 떨어진다. 개발이 아닌 일은 다른 사람들이 더 잘할 수 있다. 고객도 잘 알고, 영업도 알고, 전략도 잘 안다고 아무리 아는척 해봤자 밑천이 금방 드러난다. 제일 잘하는 개발로 승부를 하라. 이는 회사 내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한다.

애매한 만능맨보다는 개발 전문가의 위치가 회사 내에서 더욱 확고할 것이다. 구조 조정 시에도 관리자나 애매한 위치의 사람들은 자를 수 있어도 개발 전문가로 잘 포지셔닝하면 쉽게 자를 수 없다. 물론 제대로 생각이 박힌 경영자가 있는 경우에 그렇다.

일곱째, 후배들의 롤모델이 되어라.

세상은 결국 돌고 도는 것이다. 본인에게는 롤모델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후배들에게는 롤모델이 되어서 후배들이 그 고생을 하지 않도록 하라. 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이는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선임 개발자가 어떤 식으로 일하는지 보여주고 기술력에서 오는 파워를 보여줘라. 이는 본인을 위해서도 더 일하기 좋은 개발환경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다.

이 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

2012년 7월 26일 목요일

옛날에는 개발을 더 잘했는데

우리나라 많은 회사들은 소규모일 때 상당히 개발을 잘 하는 것처럼 보인다. 짧은 기간에 꽤 멋진 Software를 뚝딱 뚝딱 잘 만들어 낸다. 이러한 제품이 시장에서 통해서 회사가 성장을 하게 되면 그 이후로 이상하게 개발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다.

옛날에는 고참 두 명이 이정도의 Software를 6개월만에 이렇게 잘 만들어 냈는데, 지금은 팀원이 10명이나 되고 프로젝트 기간도 과거보다 더 줬는데, 제품의 버그는 더 많고, 제품도 옛날보다 형편 없어 보인다고 한다. 점점 개발이 더 어려워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번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첫번째 시스템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

두번째 시스템은 첫번째 시스템을 유지보수 하면서 만들어야 한다. 첫번째 시스템에 버그가 많거나 커스티마이징 요구가 많아서 소스코드 브랜치라도 몇 개 존재하면 유지보수에 많은 노력이 들어가서 두번째 시스템에 많은 노력을 들이기 어려워 진다.

또한 두번째 시스템은 첫번째 시스템과 호환성을 고려해야 한다.

두번째 시스템은 첫번째 시스템을 사용하던 고객들의 수많은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첫번째 시스템은 간단 명료한 기능의 매력으로 인해서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을 했지만, 이를 사용하던 사용자들은 계속 요구사항을 요구하게 되고 이러한 요구사항을 적절히 조절하여 수용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두번째 시스템 개발에는 많은 개발자가 투입되고 특히 초급 개발자가 많이 투입되곤 한다. 소수의 개발자끼리 개발을 할 때는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별로 발생하지 않았는데, 개발자 인원이 많아지면 기존의 주먹구구 방식으로 똑같이 개발을 하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 초급 개발자들은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고, 일이 효과적으로 분배가 되지 않아서 결국 소수의 고참 개발자들이 대부분의 개발을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두번째 시스템은 아키텍쳐를 전면 개편하기도 한다. 첫번째 시스템을 개발해 놓고 계속 유지보수를 하면서 사용자의 요구사항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기 시작하면 기존의 아키텍쳐로는 한계라고 불평을 자주 하게 된다. 특히, 첫번째 시스템을 개발했던 개발자들이 퇴사한 상태라면 더욱 더 첫번째 시스템을 비난한다. 그러면서 두번째 시스템에는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쳐를 적용하곤 하는데, 그동안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들인 첫번째 시스템을 버리고 기능도 몇 배로 많아진 두번째 시스템에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쳐를 적용하면 첫번째 시스템이 시장에서 안정화되면서 겪었던 시간과 노력의 몇 배를 다시 투입해야 한다. 이런 경우 프로젝트가 지연되기 일쑤이고, 출시 후에도 많은 버그와 고객의 불평으로 상당기간 고생을 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과거처럼 개발을 착착 해낼 수 있을까요?

조직이 커졌다면 당연히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바뀌어야 한다. 과거에 소수 인원이 개발할 때는 주먹구구식으로 개발을 했어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문제가 똑같이 있었는데, 워낙 인원이 적으니 서로 의견을 활발하게 주고 받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온 것이다. 인원이 조금만 늘어도 이런 행운은 기대할 수 없다. 조직에 걸맞는 시스템, 프로세스를 적용해서 체계적으로 개발을 해야 한다.

첫번째 시스템도 이런 과정을 거쳐서 체계적으로 개발이 되었다면, 두번째 시스템 개발자들에게 비난을 덜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두번째 시스템 개발자들이 완전 새로 개발하려는 이유 중 하나가 첫번째 시스템에 대한 문서가 쓸만한 것이 없고, 아키텍처가 뒤죽박죽이라서 개선을 못하고 버리려고 하는 것이다.

회사가 켜졌을 때 문제 해결 차원에서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출 것이 아니라, 1,2명이 회사를 시작하더라도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미 첫번째 시스템은 점점 뒤죽박죽이 되어가고 조직은 엉망이라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갖추는 일이 먼저 필요하다.

2012년 6월 11일 월요일

SW업계의 잘못된 통념 5가지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정말 깨기 어려운 잘못된 통념이 몇가지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잘못된 고정관념과 오해에 사로 잡혀서 쉽게 변화하지 못하고 계속 잘못된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떠한 잘못된 통념이 있는지 알아보자.


잘못된 통념 1 : 문서(스펙)를 작성하느라고 일정을 못 맞추는 것이 아닌가? (경영자)

많은 경영자들은 문서 작성 때문에 프로젝트가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개발자들이 문서를 쓰고 개발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문서를 쓰지 말고 빨리 개발해 달라고 은근히 요구하는 경영자가 의외로 많다. 

이러한 경우 경험에 의해서 문서란 개발과는 상관없이 추가적으로 시간을 잡아먹는 작업이라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스펙을 써보지도 않고 일정이 모자르다는 것을 아는 것이 모순이다. 스펙이 부정확한 상황에서는 일정을 산정하는 것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충 짐작으로도 턱없이 기간이 모자른 프로젝트도 있다.
진짜 스펙을 쓸 시간조차 없는 프로젝트라면 애초에 시작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개발문서는 일정을 단축하기 위해서 작성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문서는 작성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예외적으로 생명을 다루거나 우주선을 띄울 목적이라면 개발시간 단축외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문서도 작성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는 개발 일정을 단축하는 문서만 작성해야 한다.


잘못된 통념 2 : 일정이 부족하니 당장 코딩부터 시작하자. (개발자)

진짜 개발자들 사이에서 만연해 있는 생각이다. 
개발자들은 위에서 촉박한 일정을 정해주기 때문에 무조건 일정을 맞춰야 하고 그러기 빨리 코딩을 시작해야 한다고 한다.

제대로된 스펙과 설계없이 코딩부터 시작한 프로젝트는 백이면 백 중간에 엄청난 재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통합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고 많은 버그를 생산하면 이를 고치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코딩은 늦게 시작할수록 프로젝트가 빨리 끝나는 것이 맞다. 스펙과 설계가 충분할 수록 코딩 기간은 단축되고 일정이 부족하면 더 많은 개발자를 투입할 수도 있고 일부 기능을 미루는 것도 가능해진다.


잘못된 통념 3 : 지금은 잘 모르니 일단 개발해주면 보고나서 요구사항을 알려주겠다. (고객)

고객은 일단 개발해서 보여주면 아이디어가 마구 떠오르고 말만 하면 개발자가 바로바로 쉽게 고칠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아키텍처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소한 것은 그럭저럭 바꿀 수 있어도 대부분의 기능은 고치거나 새로 추가하려면 처음부터 계획한 경우보다 몇배에서 몇십배의 비용과 시간이 들어간다.

하지만 고객이 스스로 원하는 것이 뭔지 잘 모르는 경우 개발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개발자들도 워낙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이기에 불충분한 고객의 요구에도 자신이 아는 한도에서 대충 개발해주고 고치기를 반복하는 일을 정상적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이렇게 개발이 이루어지만 아키텍처가 엉망이 되기가 일쑤이고, 개발자들은 재미 있는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니라 회의만 들게 된다.



잘못된 통념 4 : 일정이 정해져 있어서 어쩔 수 없다. (개발자)

개발자들은 경영자들이 무리한 일정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고 한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위에서 일방적으로 일정을 지시하지 않는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결과가 일정 지시지만 그 과정을 살펴보면 합리적인 일정 산정과 조정이 이루어 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개발자들이 제대로 스펙을 적어서 합리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못하니 경영자도 일방적으로 도전적인 일정을 밀어 붙이고, 거꾸로 경영자가 그러하니 개발자들은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된다.
이는 어느 한쪽의 책임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합리적으로 일정 산정을 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때 경영자에게 일정에 대해서 어필할 수 있게 된다.



잘못된 통념 5 : 우리 회사는 달라서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경영자)

고객이 요구사항을 너무 자주 바꾼다. 
고객이 요청하면 당장 들어 줘야 한다. 
개발일정은 상상할 수 없을만큼 짧다.
고객이 요청하면 무조건 달려가야 한다. 

그래서 일방적인 소프트웨어 공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도 명백한 오해이다. 고객은 원래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빠른 시간에 적은 비용으로 개발하기 위해서 소프트웨어 공학이 존재하는 것이다.

우리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이다. 많은 회사들이 정도는 다르지만 이러한 상황에 놓여 있고 많은 부분은 영업 전략으로 선택을 한 것 뿐이다.


이러한 잘못된 통념은 회사가 한단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변화를 방해하고 점점 열악하게 만드는데 일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