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9일 수요일

국제화 시 고려해야 할 49가지

소프트웨어를 국제화해야 하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은 메시지나 번역하면 되는 것으로 안다. 그렇게 쉽게 접근하다가는 해외 진출을 하면할 수록 문제가 커지고 비용이 늘어서 점점 어려워진다.

실제 만나본 거의 대부분의 회사가 국제화를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서 낭패를 보고나 해외에서 크게 실패를 하였다. 비효율성이 높고 문제가 많아도 제품의 크기가 작거나 고객수가 적다면 그럭저럭 버티지만 큰 제품이나 대규모 서비스는 타격이 엄청나다. 심지어는 회사가 휘청할 정도의 문제를 야기 시키기도 한다.

국제화 기술은 알아야 할 지식도 많고 경험도 많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국제화(i18n)과 지역화(L10N)으로 나뉜다. 국제화(i18n)은 소프트웨어가 여러 Locale을 지원할 수 있는 기본 기술이고 지역화(L10N)은 각 Locale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은 수백가지가 넘는다. 그 중에서 49가지만 알아보자. 만약에 국제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는 개발자라면 이중에서 몇가지나 알고 있는지 세어보자. 어떤 항목은 그 하나가 엄청나게 큰 것도 있다. 특별하게 순서를 가지고 정리한 것은 아니지만 하나씩 살펴보자. 


번호 
 항목
 설명
1
언어 구분
한 국가에도 언어가 여러가지이기도 하고 하나의 언어가 여러 나라에서 서로 다르게 쓰이기도 한다.
2
지역 구분
지역과 국가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언어와 지역 정보가 합쳐져서 Locale이 된다. 소프트웨어는 Locale 단위로 지역화(L10N)를 한다.
3
소프트웨어의 인코딩 전략
소프트웨어가 지원해야 할 인코딩은 매우 복잡하다. Multibyte를 지원하냐 Unicode를 지원하냐에 따라서 인코딩이 다르고 Software, File, Database, Network 별로 다른 인코딩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
4
현지 로케일의 인코딩으로 Export
지역에 따라서 특정 인코딩을 선호하기도 하고 Software의 인코딩과 다른 인코딩으로 Export를 하기도 한다.
5
시스템에 따른 인코딩 차이
거의 대부분의 OS는 Unicode를 지원하지만 OS에 따라서 Unicode이 인코딩이 다르다. UTF-16(UCS2) 또는 UTF-32이 그 예이다.
6
로칼 요구사항의 차이
지역화(L10N)시 현재의 요구사항을 반영한다. 하나의 소스코드와 하나의 팩키지로 지역 요구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7
메시지 번역
Locale별로 번역을 한다.
8
메시지 번역 프로세스
소스코드에서 메시지를 추출하고 번역하고 제품에 반영한다. 소스코드가 수정되면 수정된 메시지를 쉽게 반영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번역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자동화가 되어야 한다.
9
메시징 기술
메시징 기술은 수도 없이 많지만 여기서 언급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메시징 기술은 별로 없다. 거의 대부분의 회사는 개발툴에서 번들로 제공하는 간단한 메시징 기술을 사용하는데 이 정도로는 아주 간단한 소프트웨어 밖에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다.
10
문자 인코딩 변환
소프트웨에서는 여러가지 인코딩을 사용하기 때문에 수시로 변환을 해야 한다.
11
번역에 따른 문자열 길이 변화
메시지를 번역하면 메시지의 길이가 변한다.  
12
국제화를 고려한 UI 디자인 
메시지의 길이는 지역에 따라서 바뀌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UI를 디자인 해야 한다.
13
단수, 복수 표현의 차이
단수, 복수가 없는 언어도 있고 영어보다 훨씬 복잡한 단수, 복수를 사용하는 언어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폴란드어이다. 메시징 기술은 이것을 지원해야 한다.
14
쓰기 방향의 차이
(오른쪽, 왼쪽)
언어 별로 쓰는 방향이 다르다.
15
커서의 이동 방향 
(오른쪽, 왼쪽)
오른쪽 화살표를 눌러도 커서가 왼쪽으로 이동하는 언어도 있다.
16
키보드 글자 배치
언어별로 키보드의 글자배치가 다르다.
17
키보드의 단축키 차이
키보드에 따라서 단축키가 서로 다르다.
18
문자입력기(IME)차이
언어별로 문자입력기가 다르다.
19
폰트의 차이
언어별로 사용하는 폰트가 다르다. 서로 다른 폰트를 고려해야 한다.
20
글자의 크기 차이
언어별로 기본 글자의 크기가 다르다. 특히 중국어는 영어보다 크기가 크다.
21
숫자 표기 방법
나라별로 숫자의 표기가 다르다. 콤마(,)와 점(.)를 표시하는 방법이 다르다. 심지어는 콤마(,)대신 공백을 사용하는 나라도 있다.
22
띄어쓰기 사용의 차이
영어와 한글에 띄어쓰기가 있기 때문에 모든 언어에 띄어쓰기가 있을 것 같지만, 띄어쓰기가 아예 없는 언어도 많아서 띄어쓰기를 기준으로 단어를 분리하면 안된다.
23
쉼표, 마침표 사용의 차이
쉼표와 마침표의 사용도 언어마다 다르다.
24
날짜 표기법의 차이
01/02/03을 읽는 방법은 나라마다 다르다. 미국, 한국, 호주가 각각 다르다.
25
타임존 고려
국제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려면 타임존을 고려해야 한다.
26
썸머타임 고려
썸머타임을 고려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
27
대소문자 구분의 차이
언어마다 대소문자가 다르다. 대소문자가 없는 언어도 있다.
28
관사 사용법 차이
언어마다 관사가 다르다. 관사가 없는 나라도 있다.
29
맞춤법 검사 모듈
맞춤법 검사 기능이 있다면 국제화를 고려해야 한다.
30
사전 제공
사전을 제공한다면 국제화를 고려해야 한다.
31
정렬 방법의 차이
문자열의 순서가 언어마다 다르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목록을 정렬해야 한다. 이때 국제화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32
화폐 단위의 차이
지역별로 화폐의 단위 및 그 표기법이 다르다.
33
길이, 무게, 부피 단위 차이
지역별로 측정 단위가 다르다.
34
종이 크기의 차이
지역별로 인쇄에서 사용하는 용지의 명칭이 다르다.
35
온도 단위 차이
지역별로 사용하는 온도의 단위가 다르다.
36
주소 형식의 차이
지역별로 주소 표시 형식이 다르다.
37
전화번호 등의 현지화
소프트웨어에서 전화번호를 사용한다면 지역별로 다른 형식을 지원해야 한다.
38
이름 표기법의 차이 
지역별로 이름 표기법이 다르다. 이름의 구성, 순서가 다르다. 
39
현지 법률 및 제도 적용
현지 법률이나 제도와 표준을 지원해야 한다.
40
문화에 따른 아이콘의 차이
동일한 아이콘이라고 하더라도 문화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인식할 수 있고 금기시 되는 이미지들도 있다. 
41
알파벳을 형상화한 아이콘
아이콘 중에는 알파벳을 형상화 한 것들이 있는데 이는 언어에 따라서 바뀌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Bold 아이콘인 "B"이다. 언어에 따라서 Bold가 "B"로 시작하지 않는다.
42
텍스트를 포함한 아이콘
아이콘에 텍스트가 포함된 경우가 있다. 이때 텍스트의 길이 폰트의 크기 등을 고려해야 한다.
43
이모티콘 차이
나라별로 이모티콘이 다르고 지역화된 이모티콘도 있다.
44
색상의 의미 차이
나라별로 색상의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선호 색상도 다르다.
45
O, X 등 기호의 차이
언어별로 기호의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우리에게 X는 틀렸다는 의미지만 영어에서는 Check라는 의미가 있다.
46
유니코드 처리
국제화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유니코드는 기본이다. 누구나 다 아는 것도 유니코드이지만 유니코드를 제대로 알려면 1,2년 가지고는 모자르다.
47
외부 라이브러리의 유니코드 지원 고려
외부라이브러리들이 유니코드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
48
파일 시스템의 지원 인코딩
OS별로 파일 시스템의 인코딩이 서로 다르다. 이를 고려해야 한다.
49
멀티 Lingual 고려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수많은 언어를 동시에 지원하고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모든 것을 다 나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중에서 필요한 일부를 고려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면 이것은 버그가 될 것이고 또는 해당 국가에서 보면 어색하고 기분 나뿐 소프트웨어가 될 수도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의 종류에 따라서 국제화시 고려해야 하는 항목이 다르다. 따라서 위의 모든 것을 모든 프로젝트에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번씩은 생각해봐야 할 항목들이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아무리 잘해도 국제화가 잘 안된 소프트웨어는 현지에서 성공하기 어렵다.

1~49번까지의 항목들이 제목만 본다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항목을 가지고 10년 넘게 연구하고 개발하고 있는 것도 있을 정도로 크고 복잡한 것도 있다. 제대로 국제화를 적용하고 싶다면 국제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것을 처음부터 제대로 하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쳐서 고객이 버그를 찾을 때마다 하나씩 고쳐주는 것은 끝도 없고 제품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추락할 것이다. 

확실한 것은 국제화를 스스로 생각해서 직접 개발하면 잘못될 가능성이 99%이다. 대부분은 이미 국제 표준이나 기술이 있으므로 직접 개발하기보다는 제대로 완성된 기술을 이용해야 한다.

국제화 기술이 소프트웨어 해외 진출 필수임을 잊지 말자.

2012년 9월 15일 토요일

Agile이 우리 회사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까?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용어는 사용하기가 상당히 꺼려진다. 소프트웨어 공학이라는 용어를 듣는 사람들이 많은 오해를 하기 때문이다. 일단 듣는 순간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소프트웨어 공학이 무엇인지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 그럼 스스로 소프트웨어 공학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골라보자. 소프트웨어 공학이란?

1. 소프트웨어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2. 고객이 만족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이다.
3. 소프트웨어를 여러 사람이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4. 유지보수가 용이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5. 프로세스를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6. 품질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7. 성능이 좋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8. 야근을 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9.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방법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면 이중에서 하나를 고르는 것은 여간 헷갈리는 것이 아니다. 정답은 9번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소프트웨어를 가장 적은 비용으로 가장 빠르게 개발하기 위한 방법을 모아 놓은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다. 소프트웨어를 빠르게 개발하자고 하는 것은 Agile이 아닌가?

옛날에는 소프트웨어를 늦게 개발했는데 Agile이라는 것이 나와서 그때부터 빨리 개발해야 하겠구나 해서 빨리 개발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다. Agile 이전 몇십년 전부터 소프트웨어를 빨리 개발하는 방법에 집중 되어 왔었다. 즉 Agile이라는 용어가 나오기 전부터 Agile하게 개발을 해왔는데 용어를 만들고 그럴듯하게 포장을 하고 상품화를 한 측면이 있다. Agile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기법들도 대부분 그 훨씬 이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유사한 것 중에 UML이 있다. UML 탄생 이전에도 UML의 내용은 거의 다 있었지만 UML은 이들을 모으고 종합해서 상품화를 한 것이다. UML이 기여한 것은 툴을 제공하고 기법의 표준을 정리했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설계는 UML로 하는 것이라는 착각을 일으키게 해서 오히려 소프트웨어 업계를 혼란에 빠뜨린 경향이 있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는 특정 기법이나 방법론을 써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지 않다. 기법은 회사나 프로젝트의 성격에 알맞은 것을 취사선택 하면 된다.

가끔은 Waterfall과 비교를 하면서 Waterfall의 비효율성을 강조하는데 실제 Waterfall을 적용하여 개발하는 곳은 하나의 없다. 개발할 수도 없는데 비교를 하는 것이다. Waterfall은 99.9% 기업에서 적용은 못하지만 여러 방법론 또는 라이프사이클의 모델이 되는 것이다. 비교 대상이 아니다. 전세계적으로도 Waterfall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는 0.001%도 되지 않고 그렇게 할 필요도 없고 그럴 역량도 대부분 없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잘하기 위해서 즉,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 방법론만 적용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방법론은 소프트웨어 공학의 일부분일 뿐이다. 소프트웨어를 빨리 개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는 방법론 이외에도 분석, 설계, 구현, 테스트, 유지보수, 형상관리, 프로세스, 툴, 품질 등 많다.

특히 분석 즉, “스펙 작성”은 기법 좀 배워서 잘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수많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스펙이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가장 어렵고 중요하다고 하는데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문제를 깨닫고 Agile 등 새로운 것에 희망을 걸고 시도를 해본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성과는 어땠는가? Agile 등의 세미나를 많이 쫓아 다니면서 들어서 정말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개발 문제가 사라졌고 소프트웨어가 빨리 개발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그렇지 않다면 그 동안 Silver bullet을 쫓아다닌 것이다.

Silver bullet이란 늑대인간을 한번에 확실하게 죽일 수 있는 전설로 내려오는 탄환이다. 소프트웨어도 많은 사람들이 한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전설의 탄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해왔다.

개발 경력이 몇 년 안된 개발자는 잘 모르겠지만 경력이 20년이 넘은 개발자들은 Silver bullet의 역사를 잘 알 것이다. 20여 년 전에는 OOP가 소프트웨어 문제를 모두 해결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뒤 CBD, XP가 지금은 Agile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이 모두가 전혀 잘못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너무 맹목적으로 믿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이다.

과거에 ZDNet Korea에 기고한 "소프트웨어 개발방법론의 함정"이란 글도 참고하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는 특히나 Silver bullet 열풍이 더 거셌다. 이미 소프트웨어 공학과 개발문화가 정착된 소프트웨어 선진국에서는 필요한 것들을 쉽게 적당히 접목했는데 항상 목마른 우리나라 개발자들은 새로운 것이 나오면 그냥 다 해결 해 줄 것 같이 매달려오기를 벌써 20년이 넘었다.

앞으로 10년 후에도 또 새로운 방법론이나 기법을 가지고 이러고 있어서는 안된다. 기법이나 방법론이 잘못된 것은 하나도 없다. 적용하는 우리의 자세가 중요하다.

소프트웨어 공학은 배울 수가 없다. 경험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런데 방법론 전문가에게 배울 수 있을까? 배우는 것이 의미는 있다. 하지만 얻는 것은 크지 않다. 1%을 배운다면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해서 오랜 경험과 합쳐져야 100%가 된다. 방법론 전문가는 1%는 가르쳐 줄 수 있지만 100%는 본인은 실전 경험이 없거나 적기 때문에 알지도 못한다. 물론 그 1%가 없으면 방향을 못잡고 100%에 영원히 이르지 못할 수가 있다.

방법론이나 기법 전문가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아니고 우리 개발자가 소프트웨어 전문가이다. 방법론 전문가는 결코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될 수 없다. 대부분은 실전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고 실전 프로젝트를 할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피아노는 치는 것은 초보인데 이론과 방법은 전문가인 사람이 피아니스트를 교육 시키거나 세미나에서 가르치는 격이다. 모르던 이론과 방법을 한번 듣는 정도의 의미가 있지 그 이상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또한 배운 그대로 따라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리를 깨닫고 스스로 알맞게 적용해야 한다. 방법론 전문가는 방향과 기법을 알려주는 역할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여러분들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해서 잘 모르는 방법론 전문가에게 해답을 구하다가는 "주화입마"를 입을 수 있다. 원리보다 이론이나 기법을 쫓다가 마를 입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Silver bullet을 쫓지 말고 근본 원리를 깨닫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기법은 익히되 기법이 해결해 줄 것으로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한다. 인식을 바꾸고 개발 문화를 정착 시키는데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방법론 전문가에게는 그런 관점으로 방법론을 배우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소프트웨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것이다. 보통은 선배 개발자들이 소프트웨어 전문가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사 내부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부족하니 외부에서 자꾸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방법론 전문가를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착각해서 너무 큰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진짜 소프트웨어 전문가를 찾던지,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많은 회사로 옮기던지, 스스로 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

2012년 9월 13일 목요일

바람직한 스타트업 SW 개발문화의 조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가장 큰 취약점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나는 개발문화를 꼽겠다문화란 오랫동안 습득된 구성원들의 공통된 행동 양식이기 때문에 개인이 전체의 문화를 짧은 시간에 바꾸기가 매우 어렵다특히 조직이 크면 클수록 문화를 바꾸는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개발문화의 개선 없이는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얘기하기가 어렵다소프트웨어 개발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획일화된 프로세스대로 따라 한다고 잘 할 수 없다하나 하나는 완벽해 보이지 않는 문화적인 활동들이 모여서 개발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효과적인 개발문화의 필요성을 먼저 깨달은 많은 개발자들도 조직 내에서 접목을 시도하다가 쓴맛을 봐온 것이 사실이다그만큼 집단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조직 문화의 방향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은 바로 경영자의 마인드다누구나 공감하는 당연한 개발 문화도 최고 경영자가 몸으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99%이다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은 언제든지 몸에 베인 행동 양식에 밀리게 되어 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하는 스타트업은 좋은 개발문화 사례를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장소가 된다대부분의 스타트업은 기술 주도적이고 소수의 인원으로 출발한다이들이 개발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필요성을 알고 있다면 좋은 개발문화를 가진 회사가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실리콘벨리의 수많은 성공한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기본적인 개발문화 위에 자신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계속 더해감으로써 소프트웨어 업계 전체의 문화를 리드하고 있다.

그럼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개발문화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 전에 자가 진단을 먼저 한번 해보자아래 나열할 개발문화에 대한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1. 좋은 개발 문화에서는 개발이 더 느리지만 옳기 때문에 따라야 한다.
2. 좋은 개발 문화는 일부 개발을 느리게 하는 요소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하므로 따라야 한다.
3. 좋은 개발 문화는 당장 현재의 프로젝트부터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 필요하다장기적으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일반적으로 정답은 3번이지만 이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 있다면 좋은 개발 문화를 경험해보지 못했거나 비효율적으로 적용했었을 수 있다또한 회사마다 환경이 다르므로 가장 효율적인 문화도 조금씩 다르다가장 알맞은 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이다.

그럼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가져야 할 공통적인 개발 문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대표적인 것을 뽑아보자

첫째문서화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문서화의 필요성을 여기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많은 회사들이 형식에 얽매인 과도한 문서화 시도로 문서화 정착에 실패를 해왔다면 스타트업에서는 형식적인 구속이 적기 때문에 가볍게 시작할 수 있다핵심 개발자들이 이를 주도할 수 있고 불필요한 문서는 만들지 않을 수 있다문서는 꼭 필요한 내용을 가장 적게 적는 것이 가장 좋고 형식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간단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10분 정도 투자를 해서 한 페이지의 스펙을 적을 수 있다메모장에 정리를 해도 된다이런 개념은 기존기업에도 적용 되지만 큰 회사에서 이렇게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문서를 잘 적고 스펙을 제대로 작성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시작을 해야 역량이 꾸준히 증가한다.

둘째투명한 개발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에서 있어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오픈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하지만 기존의 회사에서는 과도한 보안에 대한 우려 또는 기존 관습 때문에 정보 공개를 꺼려한다막상 투명하게 개발을 해본 사람들은 숨기려고 했던 일들이 별거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공개를 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스타트업은 소수의 핵심 인력들이 시작하기 때문에 투명한 개발 문화를 갖추기 아주 좋은 환경이다이슈관리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하여 정보를 모두 공개하면서 개발하는 방법이 정착된다면 회사가 커져도 투명한 개발이 계속 유지될 것이다.

셋째수평적인 조직과 자율적인 관리다.
스타트업이야 말로 상명하복 관계를 벗어나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다몇사람의 역할을 해야 할 스타트업의 개발자들이 시키는 일만 해서는 효율적으로 일하기 어렵다스스로 해야 할 일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자율적으로 해나가는 방법이 훨씬 효율적이다일부 잘못된 방향으로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투명한 개발을 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다 감지가 되어서 잘못된 일을 계속 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다 되어 있다여러 문화가 잘 어우러져야 각각의 문화가 힘을 발휘한다.

넷째창의력과 오픈 마인드다.
많은 스타트업은 처음에 시작한 아이디어로 성공하지 않았다대부분은 초기 전략의 일부분 또는 전체가 바뀌었다스타트업에서는 개발자를 비롯하여 모든 직원들에게 창의력을 더 요구하게 되고 고정관념 없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이는 좋은 문화를 넘어서 스타트업의 생존에 필요한 요소이다.

다섯째아끼는 문화다.
무엇을 아끼느냐 하면 바로 ''이다스타트업은 어느 정도 성공하기 전까지는 자금이 풍족하지 않기 마련이고 회사 돈을 자신의 돈처럼 아끼는 문화가 필요하다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초기 멤버와 주식을 공유하기 때문에 회사에 주인의식을 가지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하지만 초기 투자에 성공하면 이런 문화를 잃어 버리는 경우가 많다좋은 사무실과 불필요한 비용 지출에 무뎌지기도 한다초심이 변하지 말아야 한다.

사실 스타트업의 3년 생존률은 5% 미만으로 높지는 않다마케팅이나 전략 또는 기술에서 실패할 수도 있다하지만 이런 좋은 개발 문화와 역량은 남는 것이고 재도전 시 가장 큰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또한 많은 스타트업이 생기고 이런 문화가 확산된다면 전체 소프트웨어 업계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글은 Tech it에 기고한 글입니다.

만남

나는 책과 블로그을 통해서 수많은 독자를 만난다.

그 중의 몇명은 Email이나 Facebook을 통해 교류를 하고 소수는 Offline에 만난다.
어제 블로그의 독자 한명을 만나서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Offline에서는 Online이나 책을 통해서 전달할 수 없는 많은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일반론이 아니고 현재 닥친 상황에 대해서 얘기를 하기 때문에 좀더 도움이 되는 대화가 오간다.
독자를 만나면 내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나도 많이 배운다. 수많은 도메인 지식에 대해서 배우고 각 회사들의 사례를 익힌다.

내가 책을 쓰고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하는 주된 목적은 독자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에 대한 경험을 공유하여 좀더 좋은 개발환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물론, 좋은 개발환경에서 뛰어난 선배들이 많이 있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실리콘밸리에는 이런 회사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솔직히 말해서 찾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 그렇 좋은 환경에서는 2~3년만 일해도 개발 문화, 프로세스 등등 왠만한 것은 다 습득 가능하다. 실리콘밸리의 모든 회사가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좋은 회사가 더 많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그렇지 못한 환경에 있기 때문에 항상 갈증에 시달린다. 그렇다고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도 아니고 세미나를 통해서도 해결이 되지 않는 것이다. 경험을 통해서 익히는 것인데 대부분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아주 느리게 익히거나 포기를 한다.

독자와의 교류를 통해서 이러한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12년 9월 10일 월요일

고객이 전문가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환경의 문제점 중 하나가 고객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공 SI 프로젝트의 경우 발주처인 공공기관의 담당자가 SI회사의 개발자들보다 업무를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공무원들은 몇년만다 한번씩 자리를 옮기기 때문에 자신의 업무를 빠삭하게 알지 못하고 SI회사에 많이 의지하게 된다. SI회사에서는 해당 분야의 업무만 오랫동안 개발해온 개발자들이 있어서 현업 담당자보다 더 잘 알곤 한다. 외국의 경우 몇십년씩 한자리에서 공무원이 최고의 전문가가 되는 경우와는 사뭇 다르다.

그래서 공공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SI회사가 많이 주도를 한다. 심지어는 발주처에서 해야 할 일도 다 SI회사가 해주곤 한다. 어떻게 보면 SI회사에 좋기도 하지만 문제도 많다. 요구사항 분석 때 충분한 정보를 주지 않아 나중에 요구사항이 많이 바뀌기가 일쑤이고 그로 인해서 프로젝트에서 손해도 많이 난다.

비단 공공분야만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선진국에서는 기업이 소프트웨어 외주를 줄 때 해당 기업에서 충분히 분석, 설계 역량이 있고 스펙을 제대로 작성해서 외주를 주곤한다. 즉, 직접 개발할 역량도 충분히 있는데 비용이나 시간 상 외주를 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외주를 주는 형태를 보면 고객이 잘 모르기 때문에 대충 외주를 주고 개발 업체가 이거저거 정말 알아서 다 해줘야 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계약도 불분명하고 다툼도 많다. 법정까지 가는 다툼도 많이 발생하지만 엉성한 계약서를 가지고 누구의 자잘못인지 따지기도 어렵다.

개발업체에서 스펙을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 고객 인터뷰를 하고 요구사항 분석을 해도 협조가 잘 되지 않는다. 정확한 인터뷰 대상 선정도 쉽지 않다. 업체에서 나름대로 최대한 노력해서 스펙을 작성해도 고객이 스펙을 충분히 검토해서 확인을 해주는 일도 드물다. 

일단 고객이 스펙을 충분히 잘 검토할 수 있는 실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스펙을 봐도 잘 모르기 때문에 잘 보지 않으려고 한다. 또, 개발해 놓으면 언제든지 바꿔달라고 하면 되는 것으로 착각을 해서 개발 전에 스펙을 잘 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스펙을 잘 검토해서 확인을 해주면 나중에 바꿔달라고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이런 비전문가적인 고객들은 개발업체를 엄청 괴롭히지만 프로젝트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이런 환경에서 좋은 아키텍처의 소프트웨어가 나오기 어렵다. 개발업체도 제대로 개발하고 싶겠지만 그냥 어떻게 검수만 나도 된다는 식으로 개발하기 쉽다. 서로에게 모두 손해가 되는 것이다.

외주, 즉 아웃소싱이 제대로 되려면 고객이 전문가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