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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8일 화요일

SW회사에서의 창업공신 숙청

많은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초창기에 소수의 개발자들의 피와 땀으로 현재의 성공을 이루었습니다.

이 소수의 개발자들은 일반적으로 열정도 뛰어나고 소프트웨어 개발 실력도 좋습니다. 또한 회사일 내일 가리지 않고 밤낮을 구분 없이 수년 동안 헌신해 왔습니다.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성공 뒤에 오는 결실도 꿈꿔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회사는 성공을 하고 규모도 커졌는데, 과거의 그 창업공신들이 앞으로의 회사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합니다.

회사는 외형적으로 과거와는 비교도 안되게 성장을 했지만, 창업공신들은 과거의 주먹구구 방식의 구태를 못 벗어나면서 새로운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에서 판단해야 할 중요한 기술적이면서 비즈니스적인 이슈들이 많은데도 이들은 여전히 엔지니어 마인드를 못 벗어나서 사사건건 방해가 되곤 합니다.

이들은 이미 회사 내에서 큰 영향력과 파워를 가지고 있고 또 좋은 대우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함부로 무시를 못하고 이들도 회사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습니다. 이런 건설적이지 못한 관계는 지속적으로 회사를 괴롭힙니다.

이런 결과는 개인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서 발생합니다.
회사의 성장과정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온 창업공신들은 개발자가 성장하면 갖추어야 할 많은 소양을 갖추지 못하게 됩니다. 매일 촉박한 일정 속에 극히 소수의 인원이 모두 슈퍼맨처럼 일을 그것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체계적인 협업, 전문화, 프로세스 등은 점점 멀어지고, 문서도 제대로 작성 못하고, 리뷰 습관은 꿈도 못 꿉니다. 이러다 보니 10년을 일해도 신참 때보다 코딩만 빨라지고 문제 해결 능력만 좋아졌지, 선임 개발자로서 역량을 갖추지 못합니다. 여전히 혼자서 열심히 일하지 많은 개발자들을 잘 리드하여 큰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이끌지도 못합니다.

회사에서는 이런 창업공신을 대우해주고 싶어도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고, 규모가 커진 회사에 전문 경영인이라도 들어오면 숙청을 당하는 일도 발생합니다. 그러다 보면 이런 창업공신은 살아남기 위해서 처절한 정치 싸움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이는 회사와 개발자 모두의 책임입니다.

회사는 개발자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개발자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유도 줘야 합니다. 회사가 생존 모드인데 언제 그런 여유가 있냐고요? 이는 핑계인 경우가 많습니다. 1년 365일 그럴 수는 없습니다. 개발자 성장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기회는 있습니다. 회사가 커 가면서도 소수의 개발자들의 공력에만 의존하지 말고 적당한 시점에 체계를 갖추면서 개발자들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또한 개발자들은 자신의 자기 계발에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회사가 아무리 기회를 제공해도 본인이 노력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회사가 아무리 바쁘다고 매일 코딩에만 매달리다가는 몇 년이 지나서 코딩기계가 될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자기 계발이란 개발자로서 성장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Technology를 계속 배우고, 프로세스, 툴을 익히고, 소프트웨어 공학도 배우고, 영어가 필요하면 영어 공부도 해야 합니다.
오로지 코딩에만 관심 있다고 하는 개발자들이 있는데 대부분은 코딩의 의미를 너무 광범위하게 생각해서 발생하는 오해이고 대부분, 설계/분석 등 개발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너무 바빠서 자기 계발을 할 시간이 없다고 하면 일욕심이 너무 많은 개발자일 겁니다. 일을 조금 천천히 하더라도 자기 계발할 시간을 가지는 것이 본인과 회사 모두를 위해서 좋은 겁니다.

창업공신을 숙청하는 일은 소프트웨어 업계 말고 정치판에서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