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9일 수요일

비대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핵심 시스템 10가지

비대면으로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하는 방법은 비대면이 아니라도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하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비대면으로 소프트웨어를 잘 개발하는 방법을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비대면으로 소프트웨어를 효과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도입해야 하는 툴, 시스템이 있다. 이 툴 중 대부분은 비단 소프트웨어 개발 뿐만 아니라 회사의 일반 업무에도 필요한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라도 관심을 가지고 보자. 툴과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회사의 문화, 인식,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보다는 쉽다.

좋은 툴, 시스템을 도입해야 개발 및 업무 효율성이 배가 된다. 툴, 시스템은 오랫동안 진화를 해왔고,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이것들을 잘 선택하는 것도 실력이다. 워낙 많은 툴, 시스템을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도 쉽지는 않다. 그렇다고 잘 도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한 회사의 사례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회사마다 프로젝트의 성격, 규모, 문화,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꼭 비싼 툴을 도입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무료 툴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비싼 툴은 비싼 값을 하지만 기능이 너무 많거나 복잡해서 회사에 따라서는 오히려 과한 경우도 있다. 회사의 규모, 문화, 프로세스에 따라서 적합한 툴의 조합을 잘 선택해야 한다.

툴,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쉽지만 잘 쓰는 것은 어렵다. 도입만 하고 안쓰거나 형식적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 툴만 도입하고 프로세스와 연계를 안하거나 회사의 상황에 너무 과한 툴, 시스템을 도입한 경우에도 정착에 실패할 수 있다.

회사의 기존 프로세스를 잘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선택하기 보다는 툴, 시스템의 철학에 맞게 회사의 프로세스와 업무 방식을 바꾸는게 낫다. 업무 방식은 좀더 자율적이고 능동적이어야 하며 수평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비대면 업무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증가한다.

각 툴, 시스템들은 서로 연결이 되어서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한 회사에서 개발한 여러 툴 세트를 쓰면 연동이 잘 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한 회사의 툴을 쓰는 것이 무조건 좋은 선택은 아니다. 회사의 프로세스와 잘 엮어서 여러 회사의 툴을 섞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럼 비대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서 꼭 도입해야 할 시스템을 알아보자.

1. 문서 공유 시스템


문서들이 직원들의 각자 PC에서 생산되고 이메일을 통해서 돌아다닌다면 보통 혼란스러운 것이 아니다. 문서의 버전을 관리하기도 어렵고, 보관도 어렵다. 문서 공유 시스템을 도입하면 문서의 버전을 철저히 관리하고 적절한 공유, 권한 제어, 외부 전달, 백업이 가능하다.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비용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장 마음이 드는 기능 중 하나는 검색 기능이다. 시스템마다 차이는 있지만 회사의 수만 개의 문서 중에서 내가 찾는 문서를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 몇 초 만에 찾아준다. 문서의 본문까지 모두 찾아주는 시스템도 있으니 매우 편리하다.

몇몇 문서 공유시스템은 PC의 파일 탐색기와 연동하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회사의 문서를 외부 공간인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것에 보안 상 우려를 하는 기업도 있지만, 회사 내부에서 여기저기 문서가 굴러다니는 것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Dropbox, Apple iCloud, Google Drive, MS Sharepoint, Amazon WorkDocs 등이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사이버다임사의 문서관리시스템이 있다.

2. 문서 공동 작업/리뷰 시스템


문서 공유 시스템과 접목하여 문서를 공동 작업 및 리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여러 사람이 동시에 문서를 작업해도 충돌 없이 같이 작업할 수 있다. 완벽한 문서 공동 작업 솔루션이 나온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기능인데, 이제는 일반화 되었다.

문서를 리뷰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문서 리뷰를 실시하면 여러 관련자가 문서의 곳곳에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남기면서 토론을 할 수 있다. 그 결과를 문서에 반영하고 다시 리뷰를 진행하는 사이클로 진행된다. 이렇게 문서 온라인 리뷰를 진행하면 관련된 모든 사람의 의견을 꼼꼼히 문서에 반영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 없이 오프라인으로 문서를 리뷰하고 반영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프라인으로 문서를 작성한 것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렇게 문서를 온라인으로 보관하고 공동 작업하고 리뷰하는 프로세스를 적용하고 적응해 나가면 어느덧 비대면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간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MS Office 365, Google Docs, Apple iWork 등이 있다.

3. 요구사항 관리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요구사항을 분석해서 스펙을 작성하는 일이다. 스펙을 문서화 하기 위해서 MS Word로 작성하기도 하고, GoogleDocs, Wiki를 이용하기도 하지만, 전문적인 관리시스템을 사용하기도 한다.

MS Office와 같은 문서 위주의 편집 툴을 사용하여도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을 충분히 분석하고, 협업하고, 리뷰할 수 있지만, 전문적인 요구사항 관리 시스템은 조금 더 많은 기능을 제공한다.

요구사항을 수집, 관리, 협업, 리뷰, 버전 관리, 요구사항 추적, 재활용 등에서 좀더 많은 기능 및 편리함을 제공한다. 요구사항 분석 역량을 충분히 갖춘 회사라면 한번 도입해 볼만하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Jama, Orcanos, DOORS, ReqSuite, Accompa 등이 있다.

4. 이슈 관리 시스템


이슈 관리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회사만 필요한 시스템이 아니다. 이슈 관리 시스템은 버그 관리 시스템에서 출발하여 점차 진화를 거듭하여 회사의 모든 이슈를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성장하였다. 이제는 거의 모든 형태의 회사에 필요한 시스템이 되었다.

이슈 관리 시스템은 단순히 설치해서 사용하는 것 만으로는 그 혜택을 다 볼 수 없다. 회사의 업무 철학과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업무 방식을 지시와 보고 형태에서 자발적 업무와 모니터링 형태로 바뀌어야 한다. 일일이 업무를 지시하고 추후 결과 보고를 받는 형태로 업무를 계속 하면서 그 프로세스를 이슈 관리 시스템에 적용하면 비대면 프로세스로 전환하기도 어렵고, 이슈관리시스템의 철학과는 좀 멀어지고 업무 효율성도 떨어진다.

이슈 관리 시스템이 완전히 정착되면 모든 업무가 투명하게 진행되는 효과가 있다. 투명한 업무 진행을 꺼려하는 조직도 있지만, 적응하고 나면 업무 생상선이 대폭 증가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이슈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효과를 최대로 보고 비대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려면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에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Jira, Redmine, Mantis, Bugzilla, Trello 등이 있다.

Jira는 상용 소프트웨어지만 현재 10유저까지는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서 스타트업에서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5.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지 않는 소프트웨어 회사는 거의 없을 것이다. 만약에 특별한 이유로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꼭 도입을 해야 한다. 특별한 이유라는 것도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을 사용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다.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은 도입은 쉽지만 제대로 쓰는 것이 만만치는 않다. 브랜치, 머지, 베이스라인, 체크인에 대한 여러가지 규칙을 잘 만들고 지켜야 한다.

소스코드 관리 시스템은 중앙 집중형과 분산형이 있으니 회사의 상황에 맞게 선태하면 된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Subversion, Git, Murcurial, Perforce 등이 있다.

설치형, 클라우드 형이 있으며, 클라우드 형으로는 Github, Gitlab, Bitbucket 서비스 등이 있다. 각자 유/무료 정책이 있으니 비교하여 선택하면 된다.

6. CI(지속적인 통합) 시스템


개발자들이 서로 떨어진 장소에서 얼굴 안보고 실시간으로 협업을 하기 위해서는 소스코드가 항상 빌드가 가능한 상태로 유지가 되어야 한다. 소스코드는 매시간, 매분 새로 업데이트가 된다. 그런데, 한 개발자가 빌드가 안되는 상태의 소스코드를 등록하면 개발팀 전체가 개발에 차질이 생긴다. 개발자는 항상 빌드 가능한 소스코드를 등록해야 하며 이 규칙은 매우 엄격하다.

CI(지속적인 통합) 시스템을 이용하면 소스코드를 등록할 때마다 소스코드를 점검하고, 빌드 가능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이때 회사의 코딩 규칙 검사, 자동 테스트 등을 수행하며 소스코드의 버그를 줄여주기도 한다.

CI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으면 개발자는 자신이 담당한 모듈을 코딩해서 소스코드 관리시스템에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시스템이 알아서 해준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Jenkins, Bamboo, Cirble CI, GitLab CI 등이 있다.

7. 코드 리뷰 시스템


코드 리뷰는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진행하며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비대면 개발을 위해서는 코드 리뷰 시스템이 필수다. 모여서 코드 리뷰를 할 필요가 없고, 온라인 코드 리뷰 시스템에 코드 리뷰를 등록하면 관련된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코드 리뷰를 진행한다. 온라인 코드 리뷰는 오프라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시간을 많이 절약해준다. 그래서 코드 리뷰를 좀더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회사의 프로세스마다 다른데, 소스코드를 등록한 후에 코드 리뷰를 하기도 하고, 코드 리뷰를 통과한 소스코드만 회사의 메인 소스코드 저장소에 등록하도록 하기도 한다.

코드 리뷰가 활성화 된 회사일수록 개발자가 더 잘 성장한다. 그리고 고참 개발자가 될수록 코드 리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고참 개발자는 코드 리뷰를 통해서 후배를 양성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성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많은 회사들이 코드 리뷰 도입에 실패하지만, 좋은 온라인 코드 리뷰 시스템을 도입하면 코드 리뷰 정착에 도움이 된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Gerrit, Crucible, GitHub, GitLab, Review Board 등이 있다.

8. 지식 공유 시스템


소프트웨어 회사만 필요한 시스템은 아니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공유할 수많은 정보, 지식이 생성된다. 지식 공유 시스템이 없다면 이런 정보는 연기처럼 사라지거나 개인의 저장소에 묵히게 된다.
정보를 생산할 때 실시간으로 정보를 정리하여 공유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지식 공유 시스템은 비대면 개발의 핵심이다.

회사, 제품, 프로젝트, 프로세스 등 여러가지 분야로 잘 나뉘어서 정리된 지식과 정보는 이 사람 저 사람 찾아다니면서 물어보지 않아도 업무를 할 수 있게 해준다. 원격으로 접속 가능한 시스템이므로 지역적인 제약없이 일할 수 있다.

대표적인 지식 공유 시스템은 Wiki와 KMS다. Wiki의 용도는 매우 다양하다. 이를 회의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고 회의록 기능을 강화한 Wiki 시스템도 있다.

설치형, 클라우드형이 있다. 장단점이 있으니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Wiki 시스템으로는 Confluence(10유저 무료), Bookstack(무료), Wiki.js(무료) 등이 있다.
KMS는 국내업체인 사이버다임날리지큐브가 제공하고 있다.

9. 화상 회의 시스템


비대면 개발을 하더라도 얼굴을 보고 회의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재택 근무가 완벽하게 진행되어 모든 업무를 문서와 시스템으로 진행한다고 하더라도, 정서상의 이유와 팀워크 유지를 위해서 얼굴을 보고 얘기를 할 필요도 있다. 또 온라인으로, 문서로 쉽게 답이 안나오는 이슈는 얼굴 보고 논의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럴 때는 웹캠을 이용해서 화상 회의를 실시하는 것이 좋다.

화상 회의는 주기적인 프로젝트 회의로 진행하기도 하고, 이슈가 있을 때 비정기적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회상 회의는 1:1 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동시에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여러 명이 원활히 화상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빠른 인터넷도 필수다. 화상 회의는 일반 회의와 마찬가지로 용건만 짧게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화상 회의 시스템은 부가 기능으로 녹화, 화면 공유, 화이트 보드, 그룹 스케줄러 기능을 제공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Teams, Skype Business, Google Meet(hangout), Zoom 등이 있다.

10. 협업 시스템


협업을 위한 여러가지 기능을 한꺼번에 넣어 놓은 종합 선물세트다. 소프트웨어 회사 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회사에 비대면 업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 필요한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팀 관리, 채팅, 파일관리 등이 기본 기능이지만 화상 회의, Wiki 등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툴 중 일부를 포함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비대면 업무 필요성이 증가할수록 도입하는 기업이 늘 것으로 생각된다.

대표적인 시스템으로는 Teams, Slack, Swit, 잔디, 라인웍스 등이 있다.

이상 10가지의 시스템을 알아봤는데, 이런 시스템을 모두 사용한다고 완벽하게 비대면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한 모두 비대면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더 생산성이 높은 것은 아니다. 시스템을 잘 활용하여 개발과 업무를 진행하면 비대면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그 자체가 개발 및 업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글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2020년 7월 10일 금요일

코로나19 시대에 비대면 소프트웨어 개발이 필수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일하는 방식도 변화 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여러 분야에서 직접 만나지 않고 일을 하는 비대면 방식으로의 업무 방식을 도입할 수 밖에서 없게 되었다.

이러한 비대면으로 일하는 방식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비대면 방식의 개발이 글로벌 수준의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과 일맥상통한다. 또한 비대면 방식은 소프트웨어 개발 비용의 감소와 효율적인 개발과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은 이런 비대면 방식의 개발이 많은 기업에서 도입이 어려웠다. 그동안 해오던 방식을 바꾸기 쉽지 않는 것이 한 이유인데, 이제는 필수적으로 비대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따라서 비대면 방식이 소프트웨어 개발에 어떠한 영향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그럼 소프트웨어를 비대면 방식으로 개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개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개발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프로젝트가 점점 커지고, 복잡해지고, 유지보수까지 감안하면 그 비용의 차이는 점점 커진다. 

좀더 나아가 비대면 개발 방식을 재택 근무까지 확장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거주지에 상관없이 개발자를 채용하는 이득이 있고, 꼭 하루 8시간 일하는 개발자를 채용할 필요도 없고, 개발자 채용이 훨씬 유연해진다. 또한 사무실 임대비용도 감소하여 많은 장점이 생긴다.

직원 입장에서도 개발 외의 시간을 덜 뺏기게 되어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고, 감정 소모가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전체적으로 개발 생산성도 향상된다. 하루 4시간 밖에 일하지 못하는 개발자에게도 취업의 기회가 생기고, 생활의 질도 올라갈 것이다. 

사회적으로는 회사들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집값도 떨어지는 효과도 생길 것이다. 회사, 직원, 사회 모두가 이익이 된다.

문제는 얼굴을 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게다가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믿을 수 있냐는 것이다.

이제부터 사례를 비교해보고 어떻게 해야 비대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먼저, 미국의 경우를 보자.

미국에서는 이미 약 20%의 개발자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약 20%의 개발자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 개발자로 입사를 하면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는 훨씬 더 증가하고 있다. 즉, 미국에서는 이미 비대면으로 개발하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고, 비대면 개발에 별 문제가 없다.

미국에는 비정규직 포함 1200명의 직원이 모두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회사가 있다. 바로 GitLab이다. GitLab의 모든 프로세스는 온라인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문서를 통해서 개발이 이루어진다. GitLab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Facebook은 개발자가 입사한 첫날 버그를 고친다. 이렇게 고친 버그는 전세계 서비스 된다. 개발자가 입사를 하면 버그관리시스템에서 버그를 할당해주고, 개발자는 온라인으로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소스코드를 내려 받고, 수정 후, 온라인으로 코드리뷰를 받고 소스코드를 등록한다. 한 사무실에 있는 동료들의 얼굴을 볼 수 있지만, 얼굴을 보지 않아도 일하는 방식은 똑같다.

최근 실리콘밸리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대대적인 재택근무를 선언하고 있다. Facebook은 향후 5~10년에 걸쳐 직원 절반이 영원히 원격근무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서 실리콘밸리 집값도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의 회사들은 전면적인 재택근무는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정 직군만 재택근무를 시행하거나 일주일에 며칠만 재택근무를 시도하곤 한다. 아예 비대면으로는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 우리나라 회사의 사례를 살펴보자.

스펙 문서를 보고 개발자가 개발을 못한다.


A사는 공공 프로젝트를 위주로 사업하던 회사다. 공공 프로젝트에서 업무를 분석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업무 분석가가 핵심이다. 업무 분석가가 소프트웨어 스펙을 작성해서 개발자에게 넘겨주면 문서를 보고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실제는 업무 분석가가 개발 기간 내내 옆에서 기능을 설명해줘야 했다. 업무 분석가는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프로젝트에 묶여서 다른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가 없다. 회사 입장에는 수주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줄어 들기 때문에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을 노력해도 스펙 문서를 전달해서 개발자들이 스펙 문서를 보고 개발한다는 목표는 달성하지 못했다.

B사는 신입 개발자가 입사를 하면 사수를 정해주고 이거 저거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많다. 신입개발자는 최소 한달은 되어서 실제 개발에 투입이 될 수 있다. 사수인 고참 개발자도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신입개발자도 월급 값을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개발자가 입사할 때마다 이런 일은 반복된다. 신입 개발자에게 문서를 전달해주고 알아서 개발을 하게 하고 싶지만, 고참 개발자는 이를 위해서 문서를 따로 만들 시간이 없다.

왜 대면 개발이 문제인가? 대면으로 밖에 개발을 못하면 진짜 문제인가?

대면 위주로 개발하면 초기에는 뭔가 더 효율적인 것 같지만, 효율은 점점 떨어진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개발자가 필요하고 초기 개발자가 유지보수에 더 매달려야 하고, 업그레이드 할수록 개발 비용이 증가한다. 

비대면 개발은 시스템, 문서 위주로 개발이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록이 남고 혼선이 줄어들며 유지보수 준비가 된다. 

위기가 곧 기회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부품 산업이 자립도를 높였듯이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바뀌어야 하겠지만, 한국인의 저력과 맞물려서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이 몇 단계 업그레이드 될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 방법을 알아야겠다.

비대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크게 3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비대면 개발을 위한 시스템, 툴이 준비되어야 한다.

작은 툴부터 시스템까지 10~20여가지의 시스템이 도입되어서 내재화되어야 한다. 많은 것 같지만 적응해서 사용하다 보면 하나하나 필수적인 것이고 이것들 없이는 개발을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것이다. 여러 회사를 살펴본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비대면 개발 프로세스를 위한 시스템, 툴을 촘촘히 전부 도입하고 있는 회사는 드물다. 일부 시스템만 사용하고 있어서 프로세스 중간중간 비대면 프로세스가 끊어지는 경우가 많다. 필수 시스템 중 몇가지만 예로 들면 문서관리시스템, 지식관리시스템, 소스코드관리시스템, 이슈관리시스템, CI시스템, 코드리뷰시스템 등이다. 추후 하나씩 자세히 알아보려고 한다. 이렇게 비대면 프로세스가 끊어지면 지속적으로 비대면 개발을 할 수 없고, 중간중간 얼굴을 보고 일하지 않으면 안된다.

둘째, 문서작성 역량이다.

단순히 워드 문서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시스템을 사용하려면 모든 것을 다 적어야 한다. 말로 하는 커뮤니케이션보다 글로 적는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해져야 하고, 문서를 통해서 의사를 전달하고 문서를 보고 개발할 수 있는 수준의 문서를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고 자세하게 적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최소한으로 문서를 적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런 역설적인 말을 이해해야 한다. 개발에 관련된 문서는 많다. 기획문서, 스펙문서, 백서, 설계문서, 테스트 관련 문서 등 여러 문서를 온라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작성하고 리뷰하고 확정하고 변경 관리를 해야 한다. 

셋째, 개발 문화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수평 문화다. 온라인으로 비대면 개발을 하면 업무가 수평적으로 진행된다. 프로젝트에서 자신의 역할이 존재할 뿐이고 수직 관계가 없어져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개발이 된다. 온라인에서도 수직관계가 여전히 존재한다면 일이 잘 진행 안될 것이다. 각자 자신이 맡은 일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연공서열, 장유유서, 상명하복 이런 것들이 점점 희박해지고, 전문성이 강조되는 문화로 바뀌어 나가야 한다. 얼굴 안보고 일하면 이런 문화가 바뀔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만 닥친 것이 아니다. 전세계가 동일한 환경에 처했다. 전세계가 비대면 방식으로 업무를 바꾸고 있고,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적응해 나가야 한다. 승부는 2,3년 안에 나게 되었다. 여기서 뒤쳐지면 따라잡기 어렵다.

비대면 방식이 소프트웨어 개발은 이제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은 비대면 방식의 개발에 대해서 간단히 소개만 했는데, 앞으로 하나씩 자세히 소개를 할까 한다. 하루아침에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차근차근 알고 익혀 나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 일 것이다. 

이 글은 ZDNet Korea에 기고한 칼럼입니다.